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미녀들의 수다'가 매회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작년 11월에 시작했다. '미녀들의 수다' 출연진은 그동안 한국의 음식, 운전, 예절, 한국인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해 얘기를 나누어왔다. 인기를 끄는 만큼 방송이 끝난 후에는 출연자, 진행자 등에 관한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 외국인들의 낯선 시선

KBS는 작년 추석에 일회적으로 방영했던 '미녀들의 수다'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자, 11월부터 일요일 오전으로 프로그램을 고정 편성했다. 시청자들은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한국말도 제법 잘하는 외국인들에 호감을 느낀다. 또 그들이 말하는 한국의 모습에 뜨끔했다는 반응도 있다.

'미녀들의 수다'는 네티즌들로부터 한국인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생각을 듣는 기회임과 동시에 다른 나라의 문화도 엿들을 수 있어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는 칭찬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출연자들의 말이 항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출연자 개개인의 경험이 전파를 타면서 오히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프로그램 진행 방식이 출연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장점만을 말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출연자 사오리의 '밥그릇' 발언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오리는 '일본에는 밥그릇 들고 먹어야 해요. 한국에서 하면 개 같잖아요'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문화적 차이와 표현력의 한계를 염두에 뒀을 때, 출연자들의 생각이 '이해가 간다'라는 의견과 함께 '위험한 발언이다'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진행자와 게스트들의 실수

또한,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남희석에 관한 네티즌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물론, 남희석이 출연자들의 어수룩한 표현을 재치있게 받아치는 모습이 능숙하다는 반응도 많다. 또, 출연자들이 다소 말하기를 꺼려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모습 역시 진행자로서의 면모를 돋보이게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남희석에게 반감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다. 그가 출연진들의 말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출연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예가 바로, 앞서 언급한 사오리의 밥그릇 발언 방송분에서 사오리는 의미가 불분명한 말을 해 논란이 된 일이다. 네티즌들은 그녀의 의도가 한일 양국간의 식사 문화가 다름을 설명하는 것이었다면, 이때 남희석이 그 부분에 대해 정확히 보충설명을 했어야 마땅하다는 것.

그러나 실제 남희석은 '바닥에다 두고 밥을 먹으면 개들이 먹는 것 같다'라고 정리하는 데에 그쳐 시청자들의 반감을 산 것이다..

한편, 출연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국내 연예인 게스트들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다. 외국인 출연자들의 발언에 올바르게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는 게스트가 있는가 하면, 몇몇 게스트들은 정확한 지식이나 근거 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경향이 있어 네티즌 사이에서 자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녹화방송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편집

'미녀들의 수다'가 방송된 다음 날은 해당 방송분에 대한 이야기들로 각종 온라인 게시판이 떠들썩하다. '출연자 OOO가 이런 말 하더라', 'OOO의 말은 공감이 갔어' 등의 시청 소감이 끊임없이 오른다. 최근에는 출연자 '소피아'가 입은 드레스가 옆 트임이 지나쳐 허벅지를 노출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소피아의 의상은 여느 음악 프로그램에 나오는 섹시 의상의 여가수들보다 심하다고도 할 수 없는 정도였다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노출 논란에서 네티즌들이 문제를 삼은 것은 오히려 제작진의 태도였다. 이날 유난히 소피아가 카메라에 많이 잡혔고, 또 편집할 때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냐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있다.

▶ '미녀들의 수다'는 '수다'일 뿐

'제 남친(남자친구)에겐 장어꼬리만 먹일 거예요', '제가 사는 집주인은 준코', '15kg 뺐어요'. 이들은 프로그램이 방영된 다음날의 온라인 뉴스 기사 제목들이다. 이런 개인적 내용을 다룬 기사때문에 언론이 출연자들의 한국문화 경험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사생활을 드러내기에 급급하다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출연자들은 한국을 경험한 외국인 자격으로 고정 패널이 된 것임에도, 일부 언론이 그들을 연예인처럼 대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해당 프로그램을 좋아하던 사람들 역시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출연자가 유명해지는 것을 반겼던 이들도, 사적인 이야기까지 크게 기사화되어 쓸모없는 원성까지 보태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미녀들의 수다'의 한 제작진은 디시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출연자들의 연예인화 등의 지적에 대해서는 민감한 부분이라 간단히 말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추후 프로그램 제작 방향에 대해 묻자 "기존의 일요일 오전에 방송하던 이 프로그램이 월요일 밤으로 시간대를 옮기면서 자칫 오락적 성격이 강해지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고 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문화를 되짚어보자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이다. 다양한 기획을 준비 중이니 관심있게 지켜봐 달라"라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타 방송사 오락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민 '미녀들의 수다'. 네티즌들은 시청자들의 큰 기대와 걱정을 안고 가는 이 프로그램이 본래의 취지에 걸맞게 한국과 외국 문화 비교의 장을 여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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