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진심 어린 사과를 기대했는데 어이가 없다."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 사건과 관련해 MBC가 9일 만에 내놓은 해명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이미 반지 소동의 당사자인 개그우먼 이영자와 방송인 이소라가 입장을 밝혔고 이제 '일요일일요일밤에'의 '경제야 놀자' 제작진이 해명할 차례라 시청자들의 관심이 제작진의 입에 쏠린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15일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올린 장문의 해명 글에는 책임을 면하고 이영자를 감싸주려는 변명만 가득했을 뿐 방송 내용에 대한 제작진의 진실한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제작진은 우선 "제작진도 반지의 성격을 방송이 나가고 문제가 불거진 후 알게 됐고 둘도 없는 친구 간의 일을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며 거짓 방송을 인정했지만, "이 부분에서 이영자만큼 열정적이고 빈틈 없이 촬영 준비를 한 분이 없었고 5년 만의 방송 복귀를 앞두고 그녀가 느꼈을 초조함과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사과 대신 엉뚱하게 이영자 감싸기에 나섰다.

이어 제작진은 "거짓방송을 했다고 하시지만 다이아몬드에 대해 방송된 내용에서는 거짓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지의 보석이 다이아몬드가 아니었다는 것은 명확하지만 이소라도 이영자도 '이건 다이아몬드야'라고 말한 적이 없고 감정 결과 다이아몬드가 아닌 것이 밝혀진 것 뿐"이라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내놨다.

그렇다면 반지 감정에 앞서 '이소라가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라는 진행자의 코멘트와 자막까지 내보낸 제작진은 반지의 보석을 다이아몬드라 못박고 '극적인' 감정 결과를 받아내 무리한 방송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제작진은 사전에 이영자도 반지의 진위 여부를 몰랐다면서 다시 한번 이영자 감싸기에 해명 글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지만 이소라에게만 죄송하다고 밝혔을 뿐 시청자에게는 '의혹과 심려를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큰 이해 부탁드린다'는 모호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일밤' 홈페이지에는 제작진의 해명을 질타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시청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명 일색"이라며 "방송을 확인 없이 그냥 내보낸 중대한 과오를 범하고도 '방송이 나간 후 알았다느니' 하면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재미를 위한 이영자의 거짓말에 속았다고 하더라도 방송이 나간 이상 제작진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도 몰랐고 이영자도 잘못 없다"는 식의 책임 회피가 아니라 방송분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제작진의 진실한 자세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