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파' 보스 아들 결혼식 조폭들도 '북적북적'

경찰이 수년째 '조직폭력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나 최근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 두목 이강환(65)씨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해 경찰이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이씨의 아들(37) 결혼식.

17일 부산경찰 등에 따르면 롯데호텔 주변은 주말 오후마다 상당한 교통정체 현상을 빚는 곳이지만 이날은 이씨의 아들 결혼식에 몰려든 하객들의 차량행렬로 주변교통이 한때 마비될 정도였다.

예식 1시간 전부터 짙게 선팅 된 외제차와 최고급 국산 승용차가 호텔 입구에 속속 도착했고, 차에서 내린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내릴 때마다 대기하고 있던 짧은 머리의 건장한 남자들이 90도 각도로 머리를 숙이며 이들을 맞았다.

호텔 로비와 1층 커피숍은 예식 30분 전부터 조폭으로 보이는 이들이 사실상 점령하다시피 했다.

"형님, 잘 지내셨습니까"라는 우렁찬 인사말이 호텔 복도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이날 예식장에는 최근 '칠성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부산지역의 신흥 폭력조직인 '20세기파'와 '유태파', '신20세기파'의 간부급 조폭도 모습을 나타내 경찰을 바짝 긴장시켰다.

또 서울의 '신상사파'와 전남 순천의 '시민파', 울산 '목공파' 등 전국의 폭력조직 두목 및 간부급 조폭 등이 등장해 우의(?)를 자랑했다.

칠성파 행동대원을 포함해 이날 전국에서 운집한 조폭이 전체 하객의 절반 가량인 500명은 족히 넘었다는 게 경찰의 추산이다.

각계 인사가 보낸 화환 80여개가 예식장 안팎을 병풍처럼 두른 가운데 결혼식 주례는 김모 전 연세대 교수가 맡았고, 예식 중간에 인기 개그맨의 축하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어 열린 피로연에서는 유명 남자듀엣 가수가 축가를 불렀고, 유명 영화배우와 아나운서가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은 당일 광역수사대와 관할 부산진경찰서 11개팀 등 형사 100여명을 행사장 곳곳에 배치했고, 지원병력 2개 중대를 호텔 주변에 대기시키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땅에서 조폭을 뿌리뽑기 위해 전쟁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소탕작전을 펴고 있는데 이날은 마치 저명인사 결혼식의 경호요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면서 "청소년들이 이 같은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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