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로드웨이 공연장서 운명적 만남… SBS '사랑하는 사람아'로 안방 데뷔

2005년 12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 공연장.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날아간 스물다섯 살 연극 전공 대학생 차진혁은 이날 운명적인 인연을 만난다. 월드스타 김윤진이 옆자리에 앉은 것이다.

처음에는 매니지먼트사에서 으레 꾸미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홍보를 위해 지어내는 연예계의 깜찍한(때로는 끔찍한) 거짓말에 한두번 당해봤나. 그런데 말 그대로 '리얼(real) 스토리'였다. 재벌가 아들과 톱스타의 믿기 힘든 판타스틱한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 실제 벌어진 일이었던 것. '세상에 이런 일이~'다.

"정말 100% 사실이에요. 전 방학을 맞아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뉴욕에 있는 친구 집으로 놀러갔습니다. '시카고'는 원래 인기 뮤지컬이지만 당시 공연은 브룩 실즈가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김윤진 씨도 브룩 실즈의 공연을 보기 위해 왔구요. 그런데 그분이 제 옆에 앉게 된 겁니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죠."

차진혁의 입에서는 이러한 '증언'이 술술 나왔다.

"제가 원래 붙임성이 좋아요. 그런데 스타가 옆에 앉았으니 오죽 아는 척을 했겠어요? 팬이라며 법석을 떨었죠(웃음). 윤진이 누나는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저를 위해 공연 중 간간이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줬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둘의 인연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 차진혁은 '시카고'에 이어 '위키드'의 다음날 표를 예매해놓은 상태였는데 김윤진 역시 그런 것.

"이틀 연속 윤진 누나와 함께 뮤지컬을 봤어요. 누나의 여동생이 뉴욕에 살고 있는데 '위키드'를 본 뒤 윤진 누나 자매와 함께 칵테일을 마셨습니다. 물론 제가 졸라서 따라갔죠(웃음). 윤진 누나는 월드스타답지 않게 소탈하고 참 친절하더군요."

칵테일을 나눠 마신 그날 그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용인대 연극학과 졸업을 앞둔 그는 대학로에서 10여 편의 연극에 얼굴을 내밀긴 했지만 연극 이외의 활동은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제가 방송이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감히 꿈도 못 꿀 때였어요. 연기를 하고는 있었지만 그쪽으로 진출할 생각은 못했어요. 또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대학원에서는 연기가 아닌 연출 전공을 택했거든요."

그런 그에게 김윤진은 의미 있는 조언을 했다.

"윤진 누나는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의 재능과 연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미국 진출을 꿈꿨고 지금 그 꿈을 이뤘다고 했죠. 누나는 제게 더 넓은 기회를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김윤진은 '짝' '사랑공감' 등의 유명 드라마 작가 최윤정에게 차진혁을 소개해줬다. 현재 방송 중인 SBS TV 월화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 역시 최 작가의 작품. 그는 최 작가의 소개로 '사랑하는 사람아'의 오디션에 참가했고 6~7번의 오디션 끝에 '박창훈'이라는 배역을 따냈다. 극중 박은혜와 알콩달콩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밝고 능력 있는 청년이다.

"촬영을 하고 있는 지금 무척 재미있습니다. 관객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그것만의 희열이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잘했어. OK'라고 말할 때의 기분 진짜 좋습니다."

180㎝에 68㎏의 날렵한 체구, '송충이 눈썹'이 특징인 깨끗한 마스크의 차진혁은 "사실 방송 1, 2회는 너무 민망해서 내 연기를 제대로 못 보겠더라. 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며 "잘돼서 제게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꼭 보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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