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20년만에 악역으로 연기 재평가… 허, 10년 경력에 첫 악역 시청자 관심

요즘은 악역도 제대로 악역 다와야 주목을 받는다.

영화 '타짜'의 김윤석이 도박판의 절대 惡 아귀 역할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악역을 넘어선 연기력을 평가받았다. 예전에는 CF안 들어 온다고 안하고, 이미지 나빠진다고 기피하던 악역을 이제는 오히려 연기 돌파구로서 악역을 최고로 치는 분위기다. 악역이 다 주목받는 건 아니다. 악역답게 해야 주목받는다.

그런 점에서 최근 방영중인 MBC 주말극 '하얀거탑'의 김창완과 역시 주말극 '누나'의 허영란이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는 사람의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안방극장 악역은 김창완이 먼저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시청자의 기억속에서 3인조 밴드 '산울림'의 리더요, 넉넉한 아저씨 캐릭터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연기공력 20년차의 무시못할 배우였음을 이번 드라마에서 확실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메디컬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그는 주연같은 조연을 소화하고 있다. 병원내 권력을 다투는 의사들의 정점에서 자신의 지위를 교묘한 술수의 기술로 현란하고 사실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저 연기자에게 과연 저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천연덕스러운 악역 연기는 시청자들을 새삼 놀래키고 있다.

아래서 위로 치켜뜨며 상대를 훑어보는 그의 노회한 눈매는 그가 가진 내공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2부와 3부 등에서 보여준 상대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장면들의 주역이자 자기 스스로도 권력앞에서 한갓 우스운 사람임을 보여주는 웃지못할 장면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여기에 금세라도 울 것 같은 큰 눈망울로 가녀린 여자역할을 주로 해온 허영란이 이제는 그 선한 눈망울이 표독의 상징처럼 보여지는 악역으로 악역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누나'에서 주인공 승주(송윤아)에게서 건우(김성수)를 빼앗으려는 질투의 화신이 바로 그가 열연중인 수아. 늘 부잣집 딸 승주에게 부러움과 질투를 갖고 있다가 승주 父의 행방 불명으로 전세가 바뀌자 악마의 발톱을 세우고 승주를 괴롭히는 독한 모습을 발산해왔다.

전형적인 팥쥐의 모습으로 히스테리컬한 면모까지 소화하며 미쳐가는 수아의 연기는 허영란의 10년 연기 경험을 새삼 뒤돌아보게 하고 있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평가다.

특히 14일 수아는 죽은 줄 알았던 승주 부가 살아돌아와 기억 상실증에서 깨어나고 있는 순간을 맞았다. 자고 있는 승주 부 앞에서 벌이는 허영란의 독백은 가난속에 부러움으로 바라본 승주 가족에 대한 서러운 지난 기억과 현재의 분노가 복잡하게 얽혀 시청자들의 비난과 연민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호연을 펼쳤다.

허영란의 '악녀'변신은 분명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새로운 전기로 만들어 줄 듯하다. 그래서인지 차기 일일극에서도 복수의 화신으로 또다시 캐스팅돼는 '행운'도 안았다.

악역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배우 유해진은 "악역은 연기의 가장 극점을 찍는 캐릭터중에 하나다. 어설픈 악역 연기는 오히려 관객에게나 시청자에게 욕먹기 쉽다"면서 "그래서 한번쯤 진한 악역을 거쳐보는 것도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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