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은 그저 웃기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우정으로 다시 뭉쳤다.”

S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보이스 포 맨’이 1년 6개월 만에 다시 뭉쳤다. 김기욱 박상철 윤진영 김필수 등 멤버 그대로다.

‘보이스 포 맨’은 지난 2005년 초 음악 개그의 문을 처음 열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2005년 4월 김기욱이 SBS 오락 프로그램 ‘X맨을 찾아라’ 촬영 도중 사고로 무릎 십자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면서 코너를 접었다.

마침내 이들의 다시 힘을 모았다. 김기욱의 복귀와 함께 ‘보이스 포 맨 2’로 다시 시청자 앞에 서고 있다.

2005년 2월 첫 선을 보인 ‘보이스 포 맨’은 뛰어난 노래 실력을 지닌 네 명의 개그맨의 절묘한 화음과 어우러지는 재치 만점의 멘트들로 인기를 모았던 코너다.

(좌측부터) 김기욱·박상철·김필수·윤진영
이후 KBS 2TV ‘개그 콘서트’의 ‘고음불가’, ‘네박자’, ‘뮤지컬’ 등으로 이어지는 음악 개그의 인기 열풍을 선도했다.

‘보이스 포 맨 2’로 나서는 그들은 기존의 화음에 랩과 힙합, 비트박스를 가미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음악 실력을 과시한다. 1년 6개월을 기다린 의리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호흡으로 승화돼 음악 개그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개그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

김기욱 박상철 윤진영 김필수 네 남자가 애초에 ‘보이스 포 맨’으로 뭉친 이유는 ‘개그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점에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개그맨이라고 해서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다는 바람으로 팀을 이뤘다. 이들은 직접 코너에 쓰이는 노래를 작사 및 작곡하고 하루 10시간씩 화음을 맞추는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보이스 포 맨 2’로 다시 뭉치면서 새로움을 더하기 위해 힙합, 비트박스 등을 연습했다.

김기욱은 “데뷔 전 네 사람이 대학로 무대에서 동고동락하면서 멋진 개그맨이 되자고 다짐하면서 준비한 코너다. 1년 이상 준비한 코너였기에 처음 무대에 올렸을 때 감회가 남달랐다.

당시 한창 인기를 누리던 ‘화상고’보다 내겐 더 각별했다. 부상을 당한 뒤 병실에 누워서도 ‘보이스 포 맨’ 무대만큼은 서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요즘 ‘보이스 포 맨 2’를 선보이면서 모든 게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보이스 포맨’의 네 남자는 당초 뭉친 취지를 잘 살려내고 있다.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시청자에게 즐거운 놀라움을 선사하고, 전문 가수 못지않은 힙합과 비트박스를 선보였다.

거기에 여성 관객들과 나누는 유쾌한 대화는 이들의 재기발랄함을 여실히 과시한다. 개그맨이 그저 웃기는 사람만은 아님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윤진영은 “개그맨이 노래와 비트박스를 잘 하니까 실제보다 더 잘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개그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낮아서 비롯된 현상이다. 그걸 바꾸고 싶다.

선배 개그맨들이 ‘너희 멋있더라. 개그맨이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칭찬해 주시는 게 가장 반갑다”고 말했다.

#우리의 개그는 ‘KTX’다

김필수는 ‘보이스 포 맨 2’가 선보이는 개그를 KTX(고속철도)에 비유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보여줘야 해서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5분 남짓 동안 노래, 비트박스, 기타 연주에 여성 관객들과 대화도 나눠야 한다. 김필수는 “‘보이스 포 맨 2’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보여주는 개그다. 그러다 보니 멤버 4명이 일단 무대에 서면 모두 정신없이 바빠진다.

각자 마치 KTX처럼 질주한다. 호흡이 안 맞으면 실수도 많을 텐데 다행히 우린는 눈빛을 안 봐도 ‘척척’이다”라고 말했다.

‘KTX 개그’는 개그 코너의 수명이 엄청나게 단축된 요즘 개그계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한 말이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몇 개월을 고심해서 코너를 만들어도 1,2주 정도 무대에 올려 반응이 없으면 접어야 하는 현실이다.

예전 같으면 적어도 1개월 관객과 시청자의 평가를 받을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요즘은 전혀 다르다.

최근 들어 ‘웃음을 찾는 사람들’, ‘개그 콘서트’, ‘개그야’ 등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너 중 1개월도 안돼서 막을 내린 단명 코너가 수두룩한 점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박상철은 “개그는 시청자의 눈높이를 잘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공 들여 코너를 만들어도 관객들과 시청자가 웃지 않으면 소용없다. 시청자의 기호 또한 빠르게 변한다.

개그맨의 입장에서 정체해선 안 된다. 항상 무언가 새로우면서도 시청자의 구미에 맞는 아이템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이스 포 맨 2’는 관객과 소통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코너다. 객석 맨 앞자리에 앉은 미모의 여인과 재치 넘치는 대화를 나누며 웃음을 유발한다.

그 와중에 ‘여성 관객을 희롱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연출 상황일 뿐이다. 김기욱은 “사전에 섭외한 여성분을 관객으로 모신다. 어떤 내용으로 할 지도 미리 일러준다.

녹화가 끝난 뒤에도 반드시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때로 전화번호를 받아 2,3일 지난 뒤에 사과 전화를 드리기도 한다. 작업은 결코 아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