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가수 육성한 뒤 현지에 역수출… 외국 연예인 국내활동 제약 개선 시급

중국 CCTV 신인가수상 출신 쇼디가 국내에서 모바일 누드 화보집을 14일부터 선보인다고 한다. '중국 연예인 최초 누드 화보집을 찍었다'고 홍보한 쇼디는 신인 여성그룹 비유티(B.U.T)의 중국인 멤버다.

한국 가수의 일본 데뷔에 이어 중국인 가수의 한국 가요계 데뷔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다. 심지어 한국 연예계에 유행처럼 번진 누드 화보집까지 찍었단다.

SM엔터테인먼트 13인조 그룹 슈퍼주니어의 한경을 시작으로 역시 같은 소속사의 장리인이 동방신기의 시아준수와의 듀엣곡 '타임리스(Timeless)'로 데뷔했다. 비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는 한중 혼혈로 중국 국적인 남자 쌍둥이를 트레이닝시키고 있다. 중국 한류 스타 1세대인 그룹 NRG의 소속사 뮤직팩토리도 신인 혼성그룹 바시아(VASIA)에 중국인 여성보컬 마틸다풍을 캐스팅했다. 베이비복스의 소속사인 DR뮤직은 2003년 중국에서 연 '베이비복스 가요제'에서 선발한 남자 가수 관지엔을 내년 솔로로 데뷔시킬 예정이다.

왜 수많은 음반기획사에서 중국인 가수를 국내에서 육성해 데뷔시키는 걸까. 여기엔 미시론과 거시론이 숨어있다.

미시론적 측면에선 중국인 가수를 키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 역수출한다는 것이다. 장리인은 내년부터 중국에서 솔로 활동을 하며, 국내 연예프로그램을 접한 중화권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경도 연기자와 가수로 중국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박진 이사는 "중국인 가수의 육성은 우리의 선진화된 음반 제작 및 매니지먼트 시스템과 기술을 바탕으로 아시아권의 거대 음악시장인 중국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류의 위기가 닥쳐도 우리의 문화로 키워낸 중국 가수를 통해 무궁무진한 시장을 탄력적으로 개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인이 속한 한국그룹의 중화권 진출도 용이해진다"고 설명했다.

DR뮤직의 최지훈 실장도 "한국의 음악시장이 죽으면서 넓은 아시아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라며 "중국인 가수 육성은 한정된 일본 시장이 아닌 더 거대한 중화권 시장으로의 진출을 노린 것이다. 우리의 음악 기술로 국내에서 활동한 후 역수출된 외국 가수들은 세련된 음악 스타일, 댄스,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현지에서 더욱 큰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거시론 측면에선 삼성, 현대 등의 대기업처럼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를 세계화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JYP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는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과 일본 및 동남아시아가 하나로 통합된 아시아 음악시장에서 SM, JYP가 키운 가수가 전방위적으로 활동할 경우 외화 수입뿐 아니라 우리의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를 국내 유명 기업처럼 브랜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가 기업화되려면 세계 시장에서 국적의 색깔을 없앤 유명 브랜드로 성장해야 한다"며 "JYP가 상하이미디어그룹과 손잡고 중국인 가수 류웨이를 발굴해 트레이닝 및 음반 프로듀싱을 맡고, 중국인 쌍둥이를 육성하는 것도 이를 위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연예인이 국내서 활동하는 데는 몇 가지 제약이 있다. 국민 정서상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이 있어 그룹이 아닌 솔로로 데뷔할 경우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매번 외국인 연예인의 활동 때마다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히는 비자 문제도 있다. 현재 한경 등은 E-6(예술흥행) 비자로 활동하는데, 이는 유흥업소 등에 출연하는 외국인 무희들을 위해 만든 제도여서 외국인이 방송 등 연예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

박진 이사는 "외국인 노동자가 연예인이란 이유로 특혜를 받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나겠지만 보아나 비가 외국에서 활동할 경우 제도적인 규제가 없다"면서 "그러나 한경은 CF 출연에 제약이 있고 2개 방송사에서만 활동 가능하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홍승성 대표 역시 "한류의 중심인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외국 가수를 받아들이는데 보수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며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선 세금을 내되 규제는 자유롭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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