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파·케이블 잇따라 프로그램 편성
빈부격차 등 사회적 이슈 진지한 고민 유발… 자극적인 연예인 신변잡기로 저질화 우려도

브라운관에 ‘폭로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SBS ‘야심만만’, MBC ‘놀러와’ 등 토크쇼를 표방한 지상파 방송사 오락 프로그램들이 연예인들의 사생활 폭로로 톡톡히 재미를 누리는 가운데, 케이블 채널 KMTV의 ‘재용이의 순결한 19’는 연예계 소문 및 스타들의 옛 이야기를 통쾌하게 폭로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싶다’, ‘긴급출동! SOS 24’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들도 최근 들어 연달아 사회적 이슈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만들며 브라운관의 ‘폭로’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 교양 프로그램 할 것 없이 ‘폭로’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오락 프로그램의 ‘폭로’는 폭소로 이어지고 있다. ‘야심만만’, ‘놀러와’, ‘상상 플러스’ 등은 게스트 연예인들의 연애담과 실수담을 유도심문을 통해 이끌어내 흥미 요소로 삼고 있다. 최근 탤런트 소이현은 ‘야심만만’에 출연해 애인을 공개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했고, 많은 스타들이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포복절도할 사연들을 털어 놓았다.

‘재용이의 순결한 19’는 ‘폭로’ 요소를 본격적으로 프로그램 전면에 내세워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성형수술, 내숭, 까칠한 성격 등 연예인들의 민감한 부분에 대한 소문을 과감하게 끄집어내 순위로 정렬한다.

보는 이가 애가 탈 정도로 아슬아슬하지만 MC 정재용은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아슬아슬한 폭로를 귀엽게 포장한다. 해당 연예인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지만 오히려 ‘재미있다. 포함시켜 달라’고 하는 연예인이 늘어가고 있을 정도로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폭로’는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이어지고 있는 점에서 대단히 긍정적이다. 최근 병원 위생 상태의 심각한 문제점을 폭로한 ‘PD수첩’의 계가는 병원 위생을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켜 개선의 움직임을 야기시켰다.

‘긴급출동! SOS 24’는 지난 5월 이후 시리즈로 선보이는 ‘현대판 노예’의 문제점을 고발해 빈부의 격차와 사회 양극화 현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폭로와 고발이 브라운관의 주요 코드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공존한다.

‘사회의 거울’이라는 TV의 역할에 충실히 하면서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한편으로, 연예인들의 자극적인 신변잡기가 브라운관 전반을 지배하는 저질화 현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낳고 있다. 특히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저질 성담론이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하고 있다.

‘폭로’가 주도하는 최근 경향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브라운관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적절한 수위에서 긍정적인 재미와 현상 추구가 이들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는 핵심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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