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이젠 영화계 선배로서 책임감 느낀다"

여성영화제 홍보대사와 심사위원직을 맡은 심혜진은 귀찮고 번거롭지만 너무나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젠 영화계의 선배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데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심혜진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이하 방송내용 ****************

▶ 진행 : 공지영 (CBS 아주 특별한 인터뷰)
▶ 출연 : 배우 심혜진

-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아요?

한동안 바빠서 몸이 좀 안 좋았어요. 정신적으로도 피곤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드니까 건강상의 문제가 오는 거에요. 살이 찐 건지 부은 건지 구별이 안 가고, 갑자기 5kg 정도 몸무게가 늘었어요.

한달 전에 입었던 옷이 안 맞고, 신발이 타이트하고. 스케쥴 끝나고 나니까 몸 상태를 체크해보니까 안 좋아졌더라구요. 그래서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면서 붓기를 뺐어요. 그렇게 하니까 조금씩 제자리로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보시는 분들마다 얼굴이 야위었다고 하시는데, 그동안 얼마나 팅팅했으면... 하하

- 다이어트 어떻게 하세요?

운동을 막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고, 한달 정도 식사량만 조절해요. 아침, 점심을 가능한 맛있게 먹고, 차나 커피 다 마신 다음 저녁 6시 이후로는 음식물 섭취를 안 해요. 그러다 너무 배고프면 사탕 하나 먹고 자요.

- 연기자들은 미묘하게 화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일 것 같아요.

더 정확히 알아보려면 자주 가는 목욕탕을 한동안 안 가다가 다시 가는 거에요. 어느 날 갑자기 나한테 아무 소리 안 하면 100% 살이 쪘다는 얘기거든요. 내가 살이 쪄서 아무 얘길 안 하시는 거죠. 그리고 그분들 맘에 들면 "너무 날씬하다, 예쁘다"부터 시작해서 찬사가 끊이질 않아요. 어느 날 그게 딱 끊어지면 뭔가 변화가 있구나 정확하게 알 수 있어요.

- 드라마 이 끝났는데, 홀가분하세요?

2주 전에 궁이 끝났고, 공식적인 참여 스케줄은 모두 끝났죠. 일을 여러 개 하고 있다는 중압감이 대단히 크더라구요. 몸이 피곤한 건 둘째 치고 스트레스가 계속 있어왔어요. 그리고 요즘은 정신력만 갖고는 안 돼요. 육체와 정신이 다 받춰주지 않으면 힘들어요. 끝나고 나니까 어깨에 짐을 지고 있다가 내려놓은 것처럼 기분이 가벼워졌어요. 그러니까 목소리도 밝아지고, 예뻐지고.

-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군요?

드라마 하나만 하면 부담감이 덜하겠지만, 작년 가을부터 올 초겨울까지 라디오를 빼고 네 작품을 동시에 했어요. 최선을 다 한다고는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생기고, 그러다보니 중압감에 시달리고. 대사를 외워야 하는 부담감, 더군다나 신인이 아니니까 대사 때문에 NG를 내면 안된다는 스트레스가 있어요. 어느 현장을 가나 절대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완벽주의 때문에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 평소에도 완벽주의가 있나요?

심하진 않은데 있는 편이죠.

- 의 역할이 들어왔을 때 망설이진 않았나요?

무척 망설였어요. '왜 나한테 이런 역을 맡기려고 하나'부터 시작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나한테 출연제의를 했을까, 참 맹랑하네'까지 별별 생각을 다 했죠. 제작진도 100% 제가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데요.

그렇지만 지레 겁 먹는 것보다 한번은 도전해보자 싶어서 저한테 시나리오를 갖고 왔데요. 근데 그 열정이 참 이쁘더라구요. 피디와 작가가 자기들이 어떻게 만들 거라고 저한테 한참을 얘기하더라구요.

자기들의 의지는 굉장히 강한데, 이게 잘 될 지는 나중 문제니까. 그래서 열흘 정도 고민하다가 한 거였어요. 그분들은 제가 승락을 하니까 천하를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데요.

- 녹화하다가 웃음은 어떻게 참아요?

다 웃고 하죠. 참을 수가 없었어요. 절대 웃지 말아야지 눈을 부릅떠도 상대가 리액션 하는 걸 보면... 하하. 웃음을 참는 게 보이면 안 되는데 매번 NG가 나서 웃는 거에요. 참고 참다가 다 웃고 난 다음에 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방송인데도 거의 매일 밤을 샜어요. 그리고 웃음은 전염되잖아요. 여기서 한번 웃음이 터지면 다 터지는 거에요. 그렇게 웃으면서 해서 그런지 밤을 새도 참 즐거웠어요.

- 이번 여성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신다구요?

이현승 감독이 중간에서 저를 심사위원으로 소개하셨어요. 사실 전 힘들고 복잡한 걸 되게 싫어하는데, 이번엔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여성영화제라고 하면 굉장히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런 게 아니라 여성들의 시각, 나와 다른 여성들은 어떤 관점으로 영화를 만들고 세상을 보는지 색다른 걸 느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영화인은 여러 영화를 많이 볼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안 그래요. 그런 기회가 흔하지 않아서 이번엔 다양한 영화를 보려고 해요.

- 심혜진씨 작품 위주로 된

한국영화 특별전도 한다면서요?

80~90년대 사이에 한국영화에 비춰진 여성상이 메인테마에요. 그 안에 여성들이 시대별로 발전해가는 걸 영화적으로 보여주는데, 거기서 제 영화가 3편 상영되요. , , .

- 코카콜라 CF 찍었던 데뷔년도가 언제죠?

87년이에요.

- 자신의 어떤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어필했다고 생각하세요?

유하씨의 시를 보니까 8,90년대에는 6,70년대의 여성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의 모습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여자 연예인들은 작고 단아하고 인형같고 정형화된 이미지었는데, 전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아요.

자유분방해보이고, 신체적으로도 키가 크고, 정형화된 미인도 아니고, 내숭 떨면서 말하지 않고. 그러다보니까 70년대에서 80년대,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모델로서 보여진 것 같아요.

- 이번에 여성영화제 주최측에서 제안했을 때 선뜻 받아들이셨나요?

네, 선뜻 받아들였어요. 그전엔 솔직히 귀찮아하기도 했어요. 사실 지금도 변하진 않았죠, 번거로운 일이잖아요, 하하. 어디 갔다 왔다가, 뭐 해야 하고, 또 어디 가서 점잖게 앉아있어야 하고. 전 그런 게 싫어서 공식적인 자리를 기피하는 편이었는데,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좋은 영화제나 행사를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는 선배들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대중적 이미지의 사람들이 아니라 교수나 협회 사람들이 하니까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나이 들어서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랄까, 후배들에게 보여지는 본보기랄까. 그리고 제가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구요.

- 그러고보니 심혜진씨도 어느덧 선배가 됐네요.

어떤 아이들은 저한테 선생님이라고 해서 아주 기절하겠어요!

- 모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 여배우들에게 질투난다"는 말을 하셨더라구요?

제가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이었어도 질투난다고 말했을 거에요. 질투가 나니까 연예인을 따라잡고 흉내내는 것 아니겠어요? 그걸 곱게 표현해서 우상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다 질투에서 비롯된 거잖아요. 배우이기 이전에 여자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전 그런 걸 굉장히 좋아해요. 자극이 되잖아요.

- 특히 전지현씨가 제일 질투난다고요?

너무 이쁘잖아요. 저는 전지현씨가 티비 드라마에 처음 데뷔할 때 딱 보고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티비 활동을 안 하고 영화배우로서의 길을 걷더라구요.

- 내 인생 최고의 영화음악을 꼽는다면?

별로 없네요, 하하. 머릿속에선 이 음악 저 음악 막 왔다갔다 하는데.

- '날 시켜줬으면 진짜 잘 했을 텐데' 싶은 영화 속 여주인공이 있다면?

? 하하. 전지현씨 때문이 아니라 이현승 감독이 영화를 완성도 있게 조밀조밀 잘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관객들 취향이 좀 편협하잖아요.

굉장히 오락적인 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안타까워요. 이현승 감독과는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도 할까 하다가 못 했어요. 그래서 아쉬웠는데, 보면서 '내가 꼭 했어야 했는데. 내가 10년만 젊었으면.' 싶었죠.

- 잊을 수 없었던 바닷가 풍경이 있다면?

안면도. 영화 을 찍을 때 안면도에서 한 달 넘게 있었어요. 그 때 지긋지긋하게 바다를 봐서 바닷가 하면 안면도가 먼저 떠올라요.

굉장히 훌륭한 풍경이 있어서가 아니라 촬영 내내 있어서.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어요. 사실 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무미건조한 스타일이에요. 감성적이긴 하지만 그걸 가슴과 눈에 담아두진 않아요.

저는 사진도 별로 없어요. 사진을 보관하고 꺼내보면서 추억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왜 학창시절에 낙엽 코팅해서 글 써놓고 하는 거, 저는 못 해요. 그냥 그대로 놔두는 스타일이에요.

굴러가면 굴러가는 대로. 그거 보면서 내가 우울하면 우울하구나, 행복하면 행복하구나를 그 순간 느끼지, 이 느낌을 죽을 때까지 간직할 거야 라면서 뭔가를 하는 스타일이 못 되요. '나중에 그 느낌이 전해질까?' 하면 안 느껴지거든요.

- 나를 변화시킨 영화 속 파트너가 있다면?

할 때 문성근씨가 귀찮을 정도로 많은 걸 가르쳐줬어요. 그 땐 '왜 저렇게 날 귀찮게 쫓아다니면서 선생님처럼 잔소리를 하지?'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저에겐 다 피가 되고 살이 됐어요.

연기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지, 나만의 표현 방식을 열어준 분이에요. 제 연기 인생에 있어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분이죠.

-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은?

의 '혜진' 역할. 영화에서 혜진, 성근, 경영, 이런 식으로 실제 이름을 따서 했는데요. 그때 제 역할이 시나리오상 '미친년'이었어요. 왜

미친년이었냐면 무식한 사람들이 자기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었거든요. 그래서 항상 '에이구, 이 미친년아' 식으로 대사가 들어갔어요.

- 요즘 젊은 감독들 중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딱히 누구라고 할 것 없이....전부 다. 하하.

- 데뷔하게 된 계기는?

자의에 의해 데뷔한 건 아니에요.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친언니가 사진과 교수의 사진모델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몇 번 쫓아다니다가 제가 캐스팅 된 거에요. 언니가 사진모델할 때 광고하는 분들한테 제 사진이 발탁되면서 데뷔했어요.

- 일부러 언니를 따라다닌 건 아니구요?

언니랑 같이 미용실을 가게 됐어요. 언니가 머리하면서 저도 같이 머리하고.

- 그런 분들은 첫눈에 알아보던가요?

계속 저희집에 전화가 오는 거에요. 근데 전 생각이 없어서 일언지하 거절했는데 집에 찾아오시더라구요. 당시 전 대학생이었는데, 집에선 반대했어요.

- 부모님이 보수적이시라면서요?

그래서 전 꿈도 안 꿨어요. 근데 또 엄마는 은근히 바랬던 거에요. 아빤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엄마는 말로는 말리지만 심하게 반대 안 했던 걸 보면 은근히 바랬던 것 같아요.

- '심상군'이라는 본명이 독특한데요?

제가 1남 3녀 중 셋째딸인데요. 부모님은 아이를 넷이나 나을 생각이 없었데요. 아빠가 장남이어서 아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셨는데, 셋째까지 딸을 낳은 거에요. 남자 이름으로 지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그렇게 지으셨데요. 어릴 땐 불만이 많았죠.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출석 부르면 여자 목소리가 나니까 한번 더 주목 당하는 이름이었죠.

- 배우로서 위기감이나 좌절감을 심하게 느꼈을 때가 있었나요?

2000년대 들어오면서였어요. 영화계가 10년 단위로 변화가 오는 것 같아요. 저도 그때 그랬어요. 내 자신이 무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는 거에요. 그 당시 2~3년이 힘들었어요. 그 기간 동안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그 방황을 극복할 방법을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체력적으로 혹독하게 빠져야겠다는 생각에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생각을 떨쳐버리려면 육체가 피곤해야 잠도 자고, 뭔가 잊어버릴 수도 있고.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극복했어요.

그러다가 2~3년 지나니까 받아들여지더라구요. 받아들여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거에요. 그때부턴 굉장히 편해졌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흔으로 접어들었죠.

- 감우성씨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황을 준 배우로 남자는 한석규씨, 여자는 심혜진씨를 뽑았는데요?

MBC 미니시리즈 이란 작품을 같이 했어요. 저하고 감우성씨, 장호일씨, 채림씨, 차태현씨 등등이 나왔는데요. 감우성씨하고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근데 본인은 그때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느꼈나봐요. 한번도 나한테 그런 얘기 한 적은 없었는데.

- 일 하는 시간 외엔 주로 집에 계시는 편이죠?

네.

- 맥주를 2잔도 못 드시더라구요?

전 진짜 술을 못 마셔요. 그래도 예전보단 나아졌어요.

- 가장 최근에 어떤 작품을 찍으셨나요?

차승원씨와 이란 영화를 찍었어요. 나오는 분량은 10회 정도로 작아요. 차승원씨가 탈북해서 서울에서 정착해 만나는 와이프 역할인데요. 없으면 안 되고, 있어도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 역할이지만 전체적 스토리에 감동이 있어서 출연하게 됐어요.

- 에 대해 좀더 설명해 주세요.

탈북 가족 얘기에요. 저와 차승원씨, 조이진씨가 나와요. 차승원씨가 가족을 이끌고 탈북을 하는데, 전 서울에서 만난 와이프 역할이구요, 북에 남겨진 애인이 조이진씨에요.

탈북 가족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면서 힘든 점도 많고, 사회적으로 안정감있게 살고 있질 못 하잖아요. 그런 남자의 이야기에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죠. 고향에 두고온 아쉬움이나 그리움이 절절하게 느껴지고, 아마 보시고 나면 동요가 불러지고 싶어질 거에요. 5월 12일에 개봉합니다.

- 여성영화제 홍보도 해주세요.

제가 여성영화제 단편영화 심사위원을 맡았는데요. 이번 영화제에선 80년대에서 90년대, 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여성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시대의 여성들의 모습들을 보실 수 있구요.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영화들, 미국이나 프랑스 영화 이외의 아시아나 유럽권의 많은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에요.

▶ 진행 : 공지영
▶ CBS 아주 특별한 인터뷰 (월~토 오후 4시 5분~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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