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제작 드라마 한계와 가능성 동시에 보여줘

'늑대'의 대타로 투입된 MBC 월화드라마 '내 인생의 스페셜'. 시청률은 10%선이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사전제작된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도 주목받고 있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필요성이 누차 강조되는 현실에서 제작과 방송 과정을 통해 그 한계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불안한 운명의 사전제작 드라마

'내 인생의 스페셜'은 촬영을 마치고도 방송이 불투명한 상태로 놓여 있던 작품이다. 그러던 중 에릭의 부상에 따른 '늑대'의 중단으로 갑작스럽게 방영이 결정되는 '행운'을 잡았다.

이에 대해 성지루는 "에릭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고생을 많이 하며 촬영했는데 드라마가 빛을 보게 돼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궁'의 제작사인 에이트픽스에서 만든 '비천무'가 아직 방송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외주제작사가 사전제작한 드라마는 위험 부담이 크다.

해외 수출로 제작비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국내 지상파에서 방송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크다.

아울러 '내 인생의 스페셜'은 애초 12부로 제작됐으나 MBC의 입맛에 따라 8부 혹은 10부로 방송될 예정이다. 이 역시 제작사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담은 1부와 2부가 잘려나가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훼손됐고 주인공들의 관계 설정이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내 인생의 스페셜'의 공동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제작비를 반씩 부담한다면 편성은 안정적일 것"이라며 "방송 시기는 미정이라도 편성에 대한 불안감이 없기 때문에 여유 있게 촬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 사전제작제 '절반의 성공'

'초치기' 관행이 여전한 제작 현실을 감안하면 사전제작 드라마 '내 인생의 스페셜'은 분명 대단한 진전을 이룬 작품이다.

이는 최소한 '늑대'처럼 촬영 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최근의 드라마 제작 현실을 떠올리며 '내 인생의 스페셜'을 보면 왠지 모를 편안함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데도 '내 인생의 스페셜'을 완벽한 사전제작으로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물리적으로 방송 전에 촬영을 끝냈다는 점에서는 사전제작 드라마임에 틀림없지만, 촬영 기간과 제작비의 제약 때문에 한계도 있다.

이재원 PD는 "보통 미니시리즈처럼 '내 인생의 스페셜' 역시 책정된 제작비에 압박이 있어 사전제작의 의미는 별로 없었다"면서 "하지만 캐릭터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됐으며 앞으로 제작비가 넉넉하다면 사전제작이 정착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창식 이사는 "편성이 불확실하니까 간접광고(PPL)를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고 미술 역시 방송사의 도움을 받지 못해 제작비가 많이 들었다"고 제작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사전제작제로 가는 길

다만 촬영 일수가 기존 미니시리즈와 비슷하다고 해도 촬영 기간 내의 밀도는 다르다. 대본이 충분한 여유를 두고 나오기 때문에 대본을 기다리며 허공에 날리는 시간이 없다. 또한 촬영에 앞서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박창식 이사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대본이 최소 50% 이상 나온 상태에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사전제작에 대한 위험 부담이 있으니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사에 보여주고 편성이 확정되면 전작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면서 "지상파방송사에서 한해 의무적으로 사전제작 드라마를 일정 편수 이상 방송해야 하는 전작제 의무화 등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MBC 드라마국 최창욱 CP는 "미리 찍어놓으니 마음이 편하기는 하다"고 사전제작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드라마 만드는 모든 사람의 꿈이 사전제작이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안돼 실천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전제작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할 때가 됐으며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나와야 하고 포맷 개발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당장 100% 사전제작이 어렵다면 6~8부 찍어놓고 방송을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인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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