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대결땐 시청률 약세 불가피 방송 꺼려, "피해 보기 전에… " 3~4월 편성놓고 경쟁

월드컵을 피해라!

6월 개최되는 2006년 FIFA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방송가에 치열한 편성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6월을 전후해 뜨겁게 전개될 축구 열기를 피하기 위한 편성 전쟁이다.

이 기간 동안 TV 황금 시간대인 밤 10시대가 월드컵 축구 중계 및 관련 프로그램으로 점령당할 게 불을 본 듯 뻔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들은 프로그램 편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독일월드컵은 시차를 감안한다면 국내에서 밤 시간대 중계 방송되기 때문이다.

편성 전쟁이 뜨거운 분야는 드라마다. 오락 및 교양 프로그램은 특집 프로그램 제작 등 월드컵 특수에 맞춘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지만, 드라마는 월드컵과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2개월 단위로 방송되는 미니시리즈의 경우 월드컵의 특수를 보기는커녕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어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산이다.

미니시리즈를 기획중인 외주제작사들은 ‘5~6월은 무조건 피하고, 7~8월도 가급적 피해간다’는 생각으로 3~4월 편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각 방송사별로 3~4월 미니시리즈 및 밤 10시대 드라마 편성은 거의 완료된 상황이어서 남은 자리를 놓고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외주제작사들은 스타급 연기자 캐스팅은 물론 방송사로부터 받는 제작비 규모를 줄이는 덤핑 납품까지도 불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재원을 캐스팅한 ‘웃지마라 정든다’, 주진모를 주인공으로 내정한 ‘한 남자’, 재희의 ‘사랑하지…않아’를 비롯해 인정옥 작가의 ‘내가 나빴다’와 에이트픽스 제작의 ‘가화만사성’ 등이 3~4월 편성을 놓고 물밑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사랑하지…않아’의 외주제작사 CK미디어웍스의 관계자는 “3~4월 편성을 잡지 못하면 아예 여유를 두고 제작해 완성도를 추구할 생각이다. 사전 제작 등으로 제작해 9월 이후 방송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드라마 기상도를 돌아보면 이 같은 편성 전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당시 월드컵을 전후해 방송된 드라마 중 시청률 20%를 넘긴 작품은 SBS ‘명랑소녀 성공기’, ‘여인천하’, ‘유리구두’, MBC ‘위기의 남자’ 단 4편에 불과했다.

월드컵 기간 이후인 6월 이후엔 ‘여인천하’와 ‘유리구두’ 등 2편에 불과했다. 그나마 ‘여인천하’는 시청률 50%를 넘나들다가 20%대 중반으로 폭락한 경우다. 전체 드라마 평균 시청률도 10%대 초반에 불과했다.

외주제작사와 방송사의 이해는 엇갈린다.

외주제작사가 3~4월 편성 확보에 힘을 쏟는 반면, 방송사들은 5~6월에 방송할 작품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외주제작사들이 5~6월 편성을 꺼리고 월드컵 열기 후폭풍이 이어질 7~8월 편성도 기피하고 있어 자칫 공동화현상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MBC 편성국의 관계자는 “3~4월엔 드라마들이 밀려들어 정리하기 힘든 반면 5~6월엔 아예 들어오려는 작품이 없어 고민이다. 본사에서 직접 제작으로 하려해도 선뜻 맡으려는 연출자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외주 제작 드라마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SBS는 이 같은 분위기가 한층 심각하다. 본사 제작 비중이 가장 높은 KBS도 5~6월 드라마 편성에 대해 확정을 짓지 못해 고심중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