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포커스] 방송사, 제작사에 판권 요구…'비천무' 편성 못잡고 '태양의..'도 답보

‘드라마 사전제작은 대세인가, 거품인가.’

사전제작 형식의 드라마 제작이 유행처럼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이들 드라마가 한국 방송 환경에 연착륙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류 스타 배용준과 김종학 PD-송지나 작가 콤비가 손잡은 ‘태왕사신기’와 한류 연출가 윤석호 PD의 ‘봄의 왈츠’ 등 화제작들이 사전제작 드라마로 기획되고, 김승우 명세빈 주연의 ‘내 인생의 스페셜’, 인기 만화 원작의 ‘궁’ 등이 이미 촬영을 마쳤거나 촬영중이다. 최근엔 손예진 감우성이 캐스팅된 ‘연애시대’가 사전제작제 대열에 합류했고, 최초의 사전제작 시트콤 ‘솔저 패밀리’도 9일 제작발표회를 갖고 출발을 선언했다.

2006년부터는 사전제작 드라마가 대세를 이룰 듯이 기세를 올리는 상황. 그러나 사전제작제가 정착하기엔 국내 방송 환경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수익 구조를 둘러싼 역학 관계가 사전 제작제 연착륙의 저해요소가 된다는 이야기다.

사전 제작제란 드라마를 미리 제작한 뒤 판권을 방송사에 판매하는 ‘선제작 후판매’의 개념이다. 판권 등 작품에 대한 모든 권한을 외주제작사가 갖고 방송사는 방영권만 갖는다. 그러나 국내 방송 환경에서 이는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다.

수익의 핵심인 판권에 대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역학 관계 때문이다. 방송사는 편성을 주면서 해외 판권의 60% 이상을 요구하고, 방송이 시급한 외주제작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 들일 수밖에 없다.

16~20부작 미니시리즈의 평균 제작비는 20억~25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지불하는 금액은 회당 8,000만원 수준. 외주제작사는 PPL(간접광고), 제작지원 등으로 메우지만 5억원 정도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결국 해외 판권 판매 등으로 수익을 내야 하지만 국내 현실에선 이 또한 만만치 않다. 해외 판권의 사전 판매 등으로 수익을 내겠다고 사전제작 드라마에 뛰어든 외주제작사는 편성권을 지닌 방송사에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지난 2004년 최초의 사전제작 드라마로 제작된 ‘비천무’의 경우 아직 방송사 편성조차 잡지 못했다. 방송사들이 내세운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지만 그 이면엔 해외 판권에 대한 알력이 존재함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 10월말 촬영을 마친 ‘내 인생의 스페셜’도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해외 판권에 대한 이견 등의 이유로 아직 편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기획만 하고 실제 제작에 들어가지 못한 작품들도 있다. 레이싱을 소재로 한 ‘태양의 질주’는 류시원 장신영 등을 캐스팅해 대규모 제작발표회를 하고 상당한 투자도 받았지만 사실상 제작이 무산된 상태다. 여건을 갖추지 못한 외주제작사가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벌어진 해프닝이었던 셈이다.

‘봄의 왈츠’의 외주제작사인 윤스칼라의 한 관계자는 “국내 현실에서 완전한 의미의 외주 제작사 사전 제작제는 불가능하다. 방송사와 조율을 거친 변형된 형태가 가능할 뿐이다. 케이블, 위성, DMB 등이 활성화 된 뒤에야 본격적인 사전제작제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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