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연인' 재벌 2세역… 50대 女 시청자 마음 흔들어

박신양 "난 원래 돌쇠 스타일"
'파리의 연인' 재벌 2세역… 50대 女 시청자 마음 흔들어

"위기에 처하면 '뿅'하고 나타나고, 문제가 생기면 '척'하고 해결해주기 때문 아닐까요. 돈도 많이 있을 것 같고, 차도 많을 것 같고, 근사한 식당에 예약하고 갈 것 같고…"

최근 열기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는 박신양의 자체 인기 분석이다. SBS TV '파리의 연인'(극본 김은숙 강은정, 연출 신우철)에서 재벌 2세 한기주로 등장하는 그는 37살의 나이에 유부남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꽃미남' 배우라는 말까지 듣고있다.

그가 극중 4회에서 말한 "애기야, 가자"는 '한기주 신드롬'에 불을 붙였다. 박신양은 사랑을 모른다는 이유로 첫 부인에게 이혼당할 정도로 딱딱하고 일만 알았던 남자가 강태영(김정은 분)이라는 '솔직털털'한 여자를 만나 마치 양파 껍질 벗겨지듯 조금씩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을 마치 현실 속의 일인 양 착각하게 만들고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촬영현장에서 만난 박신양은 예의 딱딱한 표피처럼 감싸는 양복에 화려한 넥타이로 촬영에 임했다. 드라마에서 그의 패션 포인트가 되는 넥타이는 코디네이터가 직접 만든 것.

"프랑스에서 3m짜리 패션쇼용 넥타이를 봤는데 멋있고 독특하더라구요. 이런 스타일로 만들어 착용해도 되느냐고 물어본 뒤 허락을 받고 30개 정도 만들어 매고 있지요."

한기주는 강태영을 신데렐라로 만드는 '백마 탄 왕자님'. 지금까지 숱한 왕자들이 있었음에도 이 드라마를 가장 많이 본다는 50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흔드는 요인은 뭘까.

"작가와 상의했습니다. 제발 사랑놀음에만 빠져 있는 재벌 2세는 그리지 말자고요. 재벌 2세가 사랑하는 데만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열심히 일도 하고, 자기를 쳐내려는 사람을 견제하고… 젊은 여성작가들인데 이런 부분을 잘 그려줘 저도놀랐습니다."

즉 그의 표현대로라면 '상상 못할 정도로 무지무지하게 가난한 사람만큼이나 현실에서 많지 않은 재벌 2세'를 현실 속에 있을 것 같은 사람으로 그리는 작업에 애를 썼다는 것.

"저는 기주를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가려고 하는데 주위 분들은 더 딱딱한 모습을 바라는 것 같아 헷갈릴 때가 있지요. 그렇지만 전 '사람'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런 말도 털어놓았다.

"제가 '돌쇠' 스타일이라 사실 한기주의 대사를 이해할 수 없어요. '자고 갈래','애기야 가자' 이런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스스로 납득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고민고민 끝에 적당한 감정선으로 표현하고는 있지만요."

'파리의 연인'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요인에 대해선 자신있게 말했다. "김정은과 박신양의 시너지가 좋아요. 연기 앙상블이 좋기 때문이지요. 한 사람은 들쭉날쭉하지만, 한 사람은 정확히 서있거든요."

김정은 역시 "내가 뭔 짓을 해도 박신양 선배가 흔들리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갔다 다시 되돌아올 수 있는 것"이라며 거들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연출을 맡았던 최문석 PD는 박신양에 대해 "이 정도 인기가 있고 화제를 모으면 욕심이 나게 마련이어서 배우들이 자기 선, 자기 분량을 넘어서고 싶어하는데 박신양은 자기의 연기 선이 어디까지인지를 정확히 짚어낸다"고 평했다.

영화 '편지', '약속' 등을 통해 인기를 얻는 한편 멜로 배우로 각인됐던 그는 '달마야 놀자', '4인용 식탁'을 거쳐 '범죄의 재구성'에 이르며 흔들리지 않는 독특한 발성과 진정성을 갖춘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 박신양'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드라마는 '내 마음을 뺏어봐' 이후 6년 만의 출연.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 시청률을 표현하는 그를 보니 마치 '겁없는 신인' 같다. "80%는 돼야 하지 않겠어요. '모래시계'보다 더 나와야죠. 그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도 없다는데." 한기주 같은 자신감이다.

앞으로 조카 수혁(이동건)과의 갈등, 태영과 사랑을 키우고 고비를 맞는 일 등 극적 장치가 꽤 남아 있다. "남자와의 갈등보다야 태영과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주변 눈치 안보고 할 말 하는 그는 "드라마 제작 풍토는 확실히 바뀌어야 한다. 힘들게 찍는 걸 마치 즐기는 듯 보일 정도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일한다. 누군가 뜯어 고치려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인터뷰 사이사이 열악한 드라마 제작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입력시간 2004-07-0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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