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구미호외전' 여전사 변신…멜로·액션 연기 동시에

김태희 "감춰뒀던 아홉 꼬리 보세요"
KBS2 '구미호외전' 여전사 변신…멜로·액션 연기 동시에

사람 간을 먹고 산다는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 구미호. 여름철이면 빠지지 않고 브라운관에 등장, 더위를 쫓아내는 구미호 역을 이번에는 ‘얼짱 스타’ 김태희가 맡았다.

그는 7월 19일 방영을 시작하는 KBS2 월화드라마 ‘구미호외전’에서 구미호족 여전사 윤시연으로 나온다. 산 사람의 간을 빼먹으며 내부 질서를 어지럽히는 동료 구미호를 처단하는 연기를 한다.

부산 광안리 촬영장에서 만난 김태희는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 타이트한 가죽옷을 입고 쌍단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단숨에라도 적의 목을 날릴 듯 맹렬히 검무를 추는 그녀에게서 SBS ‘천국의 계단’(2003)의 유리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유리는 ‘천국의 계단’에서 큰 눈을 치켜 뜨고 정서(최지우)를 괴롭히던 악녀였다.

“구미호족은 보름달이 떠도 여우로 변하지 않아요. 죽은 사람의 간을 먹고 살면서 산 사람에게는 피해를 안 주는 존재이죠.”

‘구미호외전’은 구미호를 현대적 느낌으로 재해석한 드라마이다. 뱀파이어처럼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인간 틈에서 살아가는 구미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연은 경찰 민우(조현재)를 만나 이뤄질 수 없는 운명적 사랑 때문에 가슴아파 하는 캐릭터랍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악녀에 이어 구미호 역까지 맡은 이유가 뭘까. “주위에서 ‘왜 하필 구미호냐?’는 소리를 많이 해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악역으로 기억하는데 갑자기 발랄한 캐릭터 하기도 뭐하잖아요. 좀처럼 보기 드문 판타지 멜로물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 "영화 배우 니컬 키드먼처럼 절제되면서도 지적이고 치밀한 연기를 보여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낮에는 지적인 자연사 박물관 큐레이터였다가 밤이면 동족 범죄자를 처단하는 구미호족 여전사로 변신하는 시연 역에 끌렸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청순함과 팜므 파탈(요부) 같은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는 김태희에게 ‘시연’은 잘 맞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천국의 계단’에 출연하며 연기력 비판에 시달린 그녀가 역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때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려고 정말 애썼어요.”

자신의 연기력 부족을 선뜻 인정하면서도 “‘나라면 이러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유리’라는 캐릭터에 100% 동의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더 그랬을 것”이라는 말을 보탰다. “악역을 하면 다 유치하게 되나 봐요. 사람이면 누구나 질투심이 있고 남이 잘되면 배아프고 심사가 뒤틀리지만 그걸 꽁꽁 숨기려 하지요. 반면 유리는 그걸 다 드러낸 인물이었거든요.”

연기력 말고도 김태희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또 있다. “액션신이 많아서 한 장면을 찍는데 하루 종일 걸릴 때도 있어요. 처음에는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지금은 허리가 아프고 체력도 많이 떨어졌어요.” 그래도 그녀는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액션 스쿨에 나가 발차기와 와이어 액션 동작을 배운다고 했다.

김태희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바쁘다. ‘구미호외전’ 촬영 말고도 CF 찍으랴, 학교 공부하랴. 그래서 짬이 나지 않는다. 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그녀는 “2년 휴학했더니 글씨도 잘 안 써지고 머리도 굳은 것 같다”며 “그래도 지루하고 졸리던 수업이 지금은 재미있고 친구 만나 수다 떠는 것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천국의 계단’에 함께 출연한 동생 이완(20ㆍ본명 김형수)은 집에서 잘 못보고 오히려 미용실에서 가끔 마주치는 정도다. 동생에 대해 김태희는 “제가 평범한 학생에서 연예인이 된 것도 그렇지만, 동생이 TV에 나와 연기하는 걸 보면 신기한 생각이 든다”며 “동생이 주연으로 나온 KBS 드라마 ‘백설공주'의 광팬이었다”고 말했다.

올 여름 쌍단도를 휘두르는 구미호로 브라운관을 찾는 김태희가 ‘서울대 얼짱’이라는 간판에서 탈피, ‘연기력이 돋보이는 탤런트’라는 평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류 수출용 화려한 액션 판타지

● '구미호외전' 어떤 드라마

구미호가 아시아인의 마음을 홀릴 수 있을까? KBS가 '북경 내사랑' 후속으로 방영할 '구미호외전'(이경미 극본·김형일 연출)은 철저하게 아시아 시장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 한류 상품용 드라마다.

▲ '구미호외전'에서 산 사람의 간을 빼먹으며 내부 질서를 문란케 하는 동족을 참살하는 구미호족 전사들. 왼쪽부터 한예슬, 전진, 김태희

16부작 미니시리즈 '구미호외전'의 총제작비는 80억원. 드라마 제막에 40억, 온라인 게임 개발비에 30억, OST 음반을 만드는데 4억 이상의 돈을 투자해 만들어진다. 게임, 음반, 각종 공연과 연계된 드라마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휩쓸겠다는 것이다. 한류 열풍의 중핵인 '겨울연가'를 만든 팬엔터테인먼트가 '구미호외전'의 제작을 맡은 것도 눈에 띈다.

'구미호외전'은 산 사람의 간을 빼먹는 악한 구미호를 퇴치하기 위해 경찰과 구미호족 전사가 벌이는 소탕작전을 화려한 액션과 특수효과로 담아내는 판타지 드라마. 이를 위해 미술과 세트 비용에만 20억원이 투자된다. 팬엔터테인먼트는 방송사가 아닌 제작사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광주 양과동에 2,000평 규모의 특수 촬영 세트를 짓고 있다.

'천국의 계단'이 대만과 홍콩에서 큰 인기를 모으는 시점에서 김태희를 주인공을 내세운 점도 의미심장하다. 김태희는 '천국의 계단'에서 유리 역을 맡았었다.

팬엔터테인먼트의 김희열 제작본부장은 "'겨울연가'로 번 수익을 몽땅 '구미호외전'에 쏟아 붓고 있다"며 "한국 시장만 놓고 드라마를 제작했다면 기획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며 벌써부터 대만, 동남아에서 수입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성기자

/부산=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입력시간 2004-06-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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