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최문석 신세계까사 대표이사, 박철규 한섬 사장. 사진=각사 제공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외부 수혈, 전문가 영입, 초핵심 인재’

최근 단행된 롯데그룹 2022년도 정기 임원 인사 앞에 붙은 키워드다. 롯데그룹은 공채 출신이 사장을 맡는 ‘순혈주의’를 깨고,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유통과 호텔사업군 총괄대표로 각각 선임했다.

김 신임대표는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내부가 아닌 외부 출신이 롯데쇼핑 대표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롯데그룹은 그가 국내외에서 쌓은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을 바탕으로 유통사업에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텔군 총괄로 선임된 안 신임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신사업 및 경영전략,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호텔 사업군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목적으로 선임됐다.

롯데백화점 대표에는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롯데GFE 대표가, 이커머스 사업부 총괄은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부사장이 내정됐다. 유통과 호텔을 이끌던 강희태 부회장, 이봉철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 방향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를 주문했다”며 “또한 어떤 인재든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과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조직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는 이제 유통업계 인사 트렌드로 정착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 최근 몇 년간 추진했던 외부 수혈이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유통업계도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타파하고 개방적인 인재 영입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는 지난 10월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4개 조직 수장을 한 번에 교체했다. 특히 가구 계열사인 신세계까사에 여기어때컴퍼니 최문석 대표를 영입해 눈길을 끈다. 최 신임대표는 2006년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을 거쳐 써머스팰랫폼(옛 에누리닷컴) 대표, 여기어때컴퍼니 대표를 지내며 온라인과 이커머스 부문에서 역량을 쌓아왔다.

신세계까사는 까사미아가 2018년 신세계 품에 안긴 후, 신규 출점과 온라인 사업 확대에 따른 투자 비용으로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 3분기 매출 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7% 증가했으나 영업적자는 11억원이다. 이번 최 대표 영입으로 모바일로 가구를 구매하는 MZ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전 사업군에 걸쳐 온라인 시대 준비와 미래 신사업 발굴 강화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며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내부 실력 있는 인재를 발탁, 적재적소 중용해 미래를 위한 인재 기반을 공고히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 해외패션 부문에 경쟁사인 삼성물산 박철규 사장을 영입했다. 박 사장은 1989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30년간 자리를 지킨 ‘삼성맨’이다. 재직시절 톰 브라운, 아미, 메종마르지엘라 등 MZ세대에게 각광 받는 신(新)명품을 발굴하는데 주요 역할을 했다.

올 초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한섬 매출을 2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패션 시장에서 MZ세대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박 사장을 영입을 통해 글로벌 패션과 신 명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박 사장 영입으로 한섬 해외패션 사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백화점 등 유통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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