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25일) 오전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식당 입구에 '전산망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전날 발생한 KT 통신 장애 사태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단체소송 움직임이 감지된다. 결제는 물론 배달 등 모든 서비스가 먹통되면서 점심 피크 장사를 망쳤기 때문. KT 이용 약관에 따라 보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단체 소송으로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6일 KT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20분부터 12시45분까지 전국 단위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인터넷과 전화, 휴대전화, IPTV 등 서비스가 멈췄다. KT는 장애 초반 “대규모 디도스 공격이 원인”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 오류”라고 정정했다.

장애가 발생한 시간이 점심시간이었던 만큼 KT를 인터넷망으로 사용하는 소상공인들의 피해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포스기와 카드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결제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업장과 라이더, 주문 손님 간 소통이 불가능해 배달 역시 혼선을 빚었다는 글도 많았다.

한 자영업자는 “매장 주문 결제가 안 돼 어려움을 겪었다”며 “현금 없다며 그냥 돌아간 손님, 취소된 배달, 외상까지 생각하면 큰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피해에 단체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개개인이 고객센터에 항의하는 것은 의미 없다”며 “어떻게든 뭉쳐서 해결해야 한다”는 글을 게시했으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공동 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도 ‘KT 통신 장애로 인한 피해자 모임’이 만들어졌다. 해당 모임에는 “안 그래도 코로나로 너무 어려워 1000원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모여 KT에 손해배상을 청구해보자”는 제안이 올라왔다.

이들이 단체 소송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KT 이용 약관에 기재된 보상 기준 때문이다. KT 5G 서비스 이용 약관에 따르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하거나 1개월 누적 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 KT와 협의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해당 약관은 지난 2018년 11월 발생한 아현지사 화재로 개정됐다. 그러나 손해배상 금액만이 기본요금과 부가사용료의 6배에서 8배로 상향됐을 뿐 ‘연속 3시간 이상’은 그대로 유지됐다.

당시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 강북 지역과 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 이용자들은 10시간 가량 통신 장애를 겪었다. KT는 해당 지역 이용자에겐 최대 6개월 치 이용료 감면을, 자영업자에겐 40만원~120만원을 보상했다.

이번 통신 장애는 전국 단위로 발생했으나, 최대 피해 시간이 1시간25분 가량으로 짧다. 이에 ‘KT에서 이용 약관을 핑계로 보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자영업자들이 단체 소송으로 의견을 모으는 이유다.

현재 KT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 사실을 집계한 뒤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고객센터와 KT플라자, KT 닷컴 이메일 등으로 상담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사고 위기경보 ‘주의’를 발령한 뒤 이번 사고에 대한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KT 새노조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건을 책임 있게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KT가 AI(인공지능)로 소상공인을 돕겠다고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터넷 장애가 발생했다”며 “라우팅 오류로 전국 인터넷망이 마비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원인을 엄중히 조사해서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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