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진행된 택배 소비자 모임 기자회견. (사진=택배 소비자모임 제공)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코로나19 이후 택배 노동자 과로사가 잇달아 발생하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도 주요 택배사와 대리점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택배회사 대표들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세우는 데는 실패해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택배회사와 대리점의 노동자 과로 여부와 국정감사 등에서 불거진 산재보험 제외신청 대필 의혹 등에 대해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대상은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 주요 서브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다.

이는 최근 해당 택배사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 사고와 연관이 있다. 지난 8일 사망한 한진택배 대리점 근로자인 김모씨(36)는 동료에게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 정리를 해야 한다. 너무 힘들다”고 업무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전국택배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택배기사 사망을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용부는 다음달 13일까지 택배사 및 대리점에 긴급 점검을 실시하고 택배 기사에 대한 면담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관련 법상 기준을 초과하는 과로가 이뤄졌는지, 건강장해 예방조치가 실시됐는지 여부가 조사될 전망이다. 위반사항 확인 시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움직임이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로사 추정 사망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택배사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요청이 쏟아졌음에도 결국 불발됐기 때문이다.

전날 밤 환경노동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종합감사 증인 추가에 대해 논의했다. 여야 의원들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 사건에 대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동의했으나, 증인 채택에서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여당이 택배사 대표들을 부르자고 요구하자 야당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도 나와야 한다고 맞불을 놓으면서다.

대신 쿠팡 자회사인 풀필먼트 엄성환 전무를 오는 26일 환노위 종합국감 증인으로 세우는데 합의했다. 또 21일 CJ대한통운 강남물류센터를 현장 시찰하는 것으로 증인 채택을 대신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해당 물류센터는 자동화센터로 실질적인 분류 작업 현장을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보여주기식 시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노동계는 택배회사 대표이사들이 국감에 출석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현석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 사건은 비단 택배 노동자 몇 명이 과로사한 문제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서비스 질에 대한 제고 등을 포함해서 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기업이 한 주체인 만큼 국감에 나와서 국회의 의견도 듣고 기업들이 생각하는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공론의 장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택배 소비자 모임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이 본격화된 지난 2월 이후 월별 택배물동량은 지난해 동월 대비 적게는 3000만개, 많게는 8000만개까지 늘어났다. 이에 올해는 13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으며, 특히 이달 들어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에서는 각각 택배기사 1명이 숨졌다. 이날 새벽에는 생활고에 시달린 택배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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