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 제품들이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친근한 상호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자리에 누울 때까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제품들을 접하며 살아간다. 한국인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대표 제품군과 그 제조업체의 성장 이면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스포츠한국 조민욱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80여 년간 국내 타이어 생산·개발을 이끌고 있는 타이어 전문기업이다. 국내 타이어업계 1위는 물론 해외 180여개국에 수출하며 매출액 기준 세계 6위에 올라있다.

한국타이어의 모습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여행 도중 길거리에서 보이는 한국타이어의 로고 ‘HANKOOK’은 마치 타지에서 고향 친구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전하기도 한다. HANKOOK이란 로고는 한국타이어 본연의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글자 그대로 ‘한국’이라는 국가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는 자사 브랜드를 세계 각국에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으로써 국가 브랜드 홍보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다.

◆ 효성그룹에서 독립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의 시초는 1941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타이어 기업 브리지스톤이 설립한 조선다이야공업이다. 다이야는 타이어의 일본식 발음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에는 자전거와 트럭 타이어를 중심으로 하루 300개씩 생산했다. 6.25 동란이 발발하면서 생산 시설의 70%가 파괴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1955년 한국다이야제조 주식회사로 상호를 바꾼 뒤 생산을 재개했으나 경영난은 지속됐다.

이 가운데 타이어 산업의 미래를 내다본 효성그룹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이 1967년 경영부실 상태의 한국다이야제조를 인수해 한국타이어제조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고속도로 개통으로 자동차 시대가 본격화하는 등 경제개발 붐과 함께 성장 기틀을 마련한 한국타이어제조는 1985년 효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한국타이어제조에서 ‘제조’가 빠지면서 오늘날 흔히 알고 있는 ‘한국타이어’라는 사명을 사용했으며, 지난해 5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변경했다.

한국타이어는 친환경·차세대 타이어의 선두주자로 나서며 세계 정상급 타이어회사 반열에 올랐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한국타이어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는 1962년 파키스탄 첫 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에 첫 발을 내밀었다. 1970년대에는 쿠웨이트에 첫 중동 지사를 설립했으며, 1980년대에는 저달러, 저유가, 저금리 등 세계 경제 호황에 힘입어 해외 지사를 18개로 대폭 늘렸다. 1990년대 들어서는 폭스바겐 등에 신차용 타이어(OE) 공급을 시작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현재 신차용 타이어는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4개 글로벌 지역본부와 30여개의 해외지사, 8개의 생산시설, 5개의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 180여개국에 타이어를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북미·유럽 시장에서 이끌고 있다. 해외 매출 증가에 힘입어 한국타이어는 2013년 국내 타이어 업체 가운데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한국타이어는 중국 업체들이 저가 타이어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2014년 매출 상승세가 꺾이기도 했다.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은 2016년을 기점으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429억원으로 전년보다 22.7% 급감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축과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신차용 타이어 판매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지난 3월 주주레터에서 이수일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은 “지속된 실적 하락에 대해 경영 환경의 어려움만 탓할 수는 없다”며 “과거의 성과에 도취돼 현실에 안주하고 타이어 산업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타이어 수요와 맞물린 완성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4.7%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지구촌 전체로 확산된 2분기에는 더욱 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어려운 시장 환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생산 및 유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판매 채널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무대에서 펼치는 스포츠마케팅

모터스포츠 대회는 타이어 제조사 간에 기술력 승부을 펼치는 무대다. 선수와 차량 엔진 못지 않게 타이어가 대회 성적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회 성적에 따라 타이어의 품질과 기술력을 입증받을 수 있는 만큼 타이어 제조사들로서는 모터스포츠 대회를 간과할 수 없다. 한국타이어는 세계 3대 투어링카 대회중 하나인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를 비롯해 40여개 대회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내 최대 레이스 경기인 CJ 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공식 타이어로 사용된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8년 미국프로야구(MLB)와 3년간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경기 중계화면에서 노출빈도가 가장 높은 홈플레이트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 축구클럽 레알 마드리드, 이탈리아 축구클럽 SSC 나폴리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유럽 50여개국 200여개 클럽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 축구 클럽 대항전 ‘UEFA 유로파리그’도 공식 후원하고 있다.

프로야구팀 두산베어스의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에서는 한국타이어의 로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타이어가 지난 2016년부터 두산베어스의 스폰서십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베어스 선수 유니폼에는 한국타이어 서비스 전문점 티스테이션의 로고가 들어가 있다. 또한 잠실야구장의 전광판, 출입구 등에도 해당 로고를 노출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펼치고 있는 스포츠마케팅은 자사 브랜드를 알림과 동시에 시장 공략을 위한 밑바탕, 즉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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