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할 고민 때문에 새댁 마음고생이 심하겠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마다 갖가지 사연이 많다. 대부분은 돈 건강 등 보통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들인데 그밖에 지저분한 치정관계 등 낮 뜨거운 사연도 종종 상담을 하게 된다.

지난 2월 초순에 친구 자녀 결혼식에 들렀다 집에 오니 예쁜 새댁이 기다리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관상을 찬찬히 살펴보니까 두 눈에 근심과 망신살, 구설수가 잔뜩 자리 잡고 있었다.

“새댁 말 못할 고민 때문에 마음 고생이 엄청 심한 모양이네…”

“예. 죽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런데 상담비밀은 지켜줄 있지요…”

내가 알았다고 해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비밀을 지켜 줄 수 있느냐고 또 묻는다. 염려 말라고 다시 한 번 더 다짐을 하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이 새댁은 미국유학을 갔다가 같은 학교 선배를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시댁에 갔다가 신랑의 사촌 형을 보고 기절초풍했다고 한다.

사촌 시숙은 새댁이 여대생 시절 룸살롱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사귀었던 사람이라고 한다. 창피하고 비밀이 들통 날까 두려워 신혼생활은 악몽 그 자체였다고 한다.

특히 시숙이 만나주지 않으면 과거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전화를 자주 걸어 여러 차례 만났다고 한다. 피임약을 하도 많이 먹어서 정작 원하는 신랑의 아기가 생기지 않아 큰 고민이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랑은 새댁이 너무 말라서 임신이 안 된다면서 보약까지 지어 오는 등 지극정성이라고 한다. 이제는 신랑 볼 면목이 없어 더 이상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이야기를 마친 새댁은 한참 동안 회한과 분노가 섞인 눈물을 계속 쏟아냈다. 철없던 여대생 시절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은 용서를 받아야 할 잘못이지만 이 시숙의 비뚤어진 욕망은 절대로 용서 받을 수 없는 패륜이라는 생각을 하니 나도 화가 났다.

“새댁 앞으로 전화가 와도 만나지 마세요. 협박을 하면 폭로하라고 당당히 맞서세요. 이 부적이 새댁을 지켜 줄 것입니다.”

황금도금을 한 부적을 주면서 용기를 내서 맞서라고 하니까 눈물을 멈춘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정말 괜찮겠느냐고 물어 본다. 시숙도 짐승 같은 짓이 부끄러워 절대로 말을 못할 것이라고 했더니 얼굴빛이 서서히 밝아진다.

이 새댁은 며칠 전에 메일을 보내왔다. 내 말대로 당당히 맞섰더니 5개월째 시숙의 전화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임신 3개월째라며 고맙다고 한다. 02-577-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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