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기다리던 해상 블록버스터, 여객선 사고 후 부담백배
내부에선 개봉 연기 목소리도
CJ 롯데 NEW “라인업 변동 없다”

사진='명량' 티저 포스터
[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후 전국민이 애도 분위기에 들어가며 극장가에 찬바람이 불어 닥친 가운데 여름 대목을 노리던 해상 블록버스터도 비상이 걸렸다. 사고를 연상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산재한 가운데 관객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올 여름 대목 개봉예정인 ‘명량-회오리바다’(감독 김한민, 제작 빅스톤픽쳐스, 이하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제작 하리마오 픽처스, 이하 해적), ‘해무’(감독 심성보, 제작 주식회사 해무)의 공통점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명량’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벌어진 명량해전과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담았으며 ‘해적’은 국새를 삼켜 버린 귀신 고래를 찾아 나서는 해적과 산적의 이야기다. ‘해무’는 여섯 명의 선원을 태운 어선 '전진호'가 망망대해에서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다른 공통점은 국내 대형 배급사인 CJ E&M(명량), 롯데엔터테인먼트(해적), NEW(해무)가 내세운 올해 최대 기대작이라는 것이다. ‘명량’과 ‘해적’은 순제작비만 150억 원이 투입된 대형 블록버스터며 ‘해무’ 역시 100억 원이 투입됐다. 흥행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실패에 대한 부담도 상상 초월이다.

개봉을 3~4개월 앞둔 가운데 각사의 마케팅 팀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 16일 발생한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가 이유다.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및 추모 분위기에 얼어붙은 극장가 분위기는 시간이 해결한다고 해도 바다 배 침몰 등 사고를 연상케 하는 작품 소재는 분명 부담이다. 자칫 마케팅 방향이 잘못됐다간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여름 극장가 대목을 포기할 수도 없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명량’의 중요사건, 명량대첩의 배경인 울돌목(명량해협)은 여객선 사고가 일어난 맹골수도와 불과 20km 거리에 위치한다. 여기에 빠른 물살을 이용해 적을 격퇴했다는 점 등이 사건 연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무’의 경우 배에 갇힌 밀항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걸린다. ‘해적’ 역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진=영화 '명량'과 '해적'의 한장면
이에 각 배급사 내부에서는 “개봉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부담을 안고 개봉했다 불이익을 당하느니 연기하는 것이 이로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각 배급사에서 개봉 시점을 놓고 진지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있다. 올해 개봉이 힘들다는 내부 의견도 제기됐다”고 했다.

각 배급사의 공식 입장은 “변동은 없다”는 것이다. CJ E&M 홍보팀 관계자는 스포츠한국에 “‘명량’ 개봉은 30일로 확정됐으며 개봉 연기는 논의된 적 없다.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라인업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롯데 엔터테인먼트 측과 NEW 측은 “아직 개봉 일자를 확정하지 않았기에 ‘개봉을 연기한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 최적 개봉 시점을 정하려 노력 중”이라 밝혔다.

마케팅 방향에 대해서는 3사 모두 “개봉 일자가 아직 남아있기에 명확한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 시점에서 플랜을 밝히기도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명량’은 7월 30일 개봉을 확정지었으며 ‘해적’과 ‘해무’는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각각 7월, 8월 개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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