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와 스릴러의 독특한 동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몬스터'(감독 황인호 제작 상상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3월13일 개봉)

[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 시골 노점상에서 채소를 팔며 동생과 살고 있는 복순(김고은). 약간 모자라지만 잘못 건드리면 앞뒤 안가리고 달려드는 성격 탓에 동네에서 '미친년'으로 불린다. 복순의 앞에 냉혈 살인마 태수(이민기)가 등장했다. 살인사건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복순의 동생을 죽이게 되고, 이를 목격한 복순은 칼 한자루를 품에 안고 복수를 다짐한다.

▲ 볼래=코미디를 만난 스릴러

'몬스터'는 상당히 흥미롭다. 코미디와 스릴러라는 이질적인 두 장르가 한 작품에 녹아들었다. '시실리 2km'의 각본가이자 호러와 로맨틱 코미디의 성공적인 퓨전을 이끌었던 '오싹한 연애'로 연출 데뷔했던 황인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코미디와 스릴러를 굉장히 자유롭게 넘나든다. 정형화된 스릴러 공식은 '몬스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황인호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몬스터'는 스토리가 아니라 캐릭터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인물은 가차없이 없애버리는 냉혹한 살인마 태수를 연기한 이민기와 약간 모자라지만 동생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 김고은의 대결이 영화의 핵심이다.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인물은 영화 막판에 가서야 비로소 똑같은 괴물이 돼 얼굴을 맞댄다.

'연애의 온도' '오싹하 연애' 등 로맨틱한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이민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이미지 탈피를 노린다. 캐릭터를 위해 17kg를 감량하고 5개월간 고강도 트레이닝을 거친 그는 극중 격한 난투극도 소화했다. '은교'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김고은은 다소 모자라는 모습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면모까지 선보인다.

▲ 말래=독특하거나 이상하거나

캐릭터에서 출발한 영화는 스토리의 상당부분을 포기했다. 태수가 어떻게 냉혹한 살인마가 됐는지, 혹은 어떤 동선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감독은 보여줄 생각이 없다. 복순은 태수에게 쫓기고 있는 것인지 쫓는 건지 분간키 어렵다. 동생의 복수를 향해 내달리던 그는 어느 순간 아역 나리(안서현)의 보호자를 자처한다. 복순의 목적의식이 흔들리자 스토리도 힘을 잃었다.

'몬스터'의 영화 문법은 상당히 독특하다. 독특과 이상한 것은 종이 한 장차이. 자유로운 변주는 신선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선율은 누군가에게 소음이 될 수 있다.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다음 시퀀스를 예상하기 힘들다. '몬스터'와 황인호 감독의 유별남을 관객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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