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가 각종 음원사이트도 점령

[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요즘 극장가는 엘사가 끌고, 오두리가 민다.

영화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가 각각 700만,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월 극장가를 쌍끌이하고 있다. 통상 영화는 눈으로 본다. 하지만 요즘 관객을 모으는 영화들은 귀로도 본다. 영화에 삽입된 OST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영화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겨울왕국’을 보고 극장문을 나설 때면 부지불식간 ‘렛 잇 고’를 흥얼거리게 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이디아 멘젤이 부른 이 노래는 지난해 12월5일 출시된 후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정상을 지키고 있다. 효린 에일리 이해리 등 노래 깨나 한다는 여성 가수들의 커버 열풍까지 불면서 ‘렛 잇 고’의 인기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렛 잇 고’ 열풍은 7일 개막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으로 번지고 있다. ‘겨울 소녀’라 불리는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경기 영상에 ‘렛 잇 고’를 덧입힌 동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렛 잇 고’가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을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한국에서도 증명한 셈이다.

충무로로 눈을 돌리면 ‘수상한 그녀’의 주인공 오두리를 연기한 배우 심은경이 부른 OST가 사랑받고 있다. 세샘 트리오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나성에 가면’을 비롯해 김정호의 ‘하얀 나비’와 채은옥의 ‘빗물’ 등이 올드팬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수상한 그녀’의 흥행에 불을 댕겼다.

‘수상한 그녀’의 관계자는 “노래는 힘이 세다. 세대를 아우르며 관객의 감성을 고루 자극하는 기능을 한다. 새롭게 편곡하고 심은경이라는 젊은 배우 부르면서 젊은층도 향유할 수 있는 노래로 재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코엔 형제가 감독한 음악 영화 ‘인사이드 르윈’도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960년대 활동했던 포크 가수 데이브 반 롱크의 일대기를 모티브로 만든 이 영화는 ‘보는 재미’ 만큼 ‘듣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주인공 르윈의 삶을 투영시킨 ‘행 미, 오 행미’(Hang me, oh hang me)를 비롯해 ‘플리즈 미스터 케네디’(Please mr. kennedy), ‘더 데스 오브 퀸 제인’(The death of queen jane) 등 명곡이 빛나는 이 영화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들 속에서 개봉 8일 만에 5만 관객을 동원하며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13일 개봉되는 영화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 제작 명필름)에서는 배우 조민수-이경영 커플의 재회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능의 법칙’의 백미로 꼽히는 이 장면에 흐르는 곡은 가수 박학기의 ‘아직 내 가슴 속엔 니가 살아’다. 박학기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앨범 ‘서정’의 타이틀곡인 이 노래를 즐겨 듣던 이경영은 시나리오를 읽은 후 직접 해당 장면에 ‘아직 내 가슴 속엔 니가 살아’를 삽입할 것을 권유했다.

‘건축학개론’을 만들며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던 명필름은 ‘관능의 법칙’에서는 ‘아직 내 가슴 속엔 니가 살아’를 통해 가슴 저미는 사랑의 감정을 관객들 가슴 깊이 아로 새긴다.

이 외에도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감독 한동욱, 제작 사나이픽쳐스)의 마지막 장면에는 가수 이문세의 노래 ‘기억이란 사랑보다’가 삽입됐다. 주인공 호정(한혜진)이 연인인 태일(황정민)의 아버지가 운전하는 마을버스에 올라탄 후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기억이란 사랑보다’는 수많은 대사보다 강한 울림을 주며 ‘남자가 사랑할 때’의 정서를 대변한다. 이 곡은 주연 배우인 황정민이 상대 배역을 맡은 한혜진이 감정을 잡는 것을 돕기 위해 직접 제안한 곡이라 더욱 화제를 모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OST는 주인공의 감정을 한층 더 깊이 관객들의 마음 속에 새겨 넣어 지울 수 없는 여운을 만든다. 말로는 차마 다 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과 정서를 노래를 통해 더욱 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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