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진지한 앤젤리나 졸리… 로버트 드 니로는 인상만 잔뜩!
니콜 키드먼 배려심 넘쳐… 키 작은 기자 위해 맨발로
조지클루니는 유머 풍부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가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와 인터뷰를 마친 후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와의 인터뷰는 즐거울뿐더러 약간 흥분되기까지 한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으로서 거의 매일 미국 영화와 TV 스타들을 인터뷰한다. 영화 속 인물이 아닌 실제 그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기회라서 흥미진진하다.

인터뷰할 때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배우라는 직업상 말을 잘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이고 인권과 국제정치에 해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시렁거리는 심술꾼도 있고 제 성질을 못 견디고 고함을 치는 몰지각한 군상도 있다.

천태만상 가운데 조지 클루니는 언제나 환영을 받는다. 클루니는 항상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다. 마치 친정에 돌아온 며느리처럼 반가워하니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배우다. 클루니는 유머와 위트가 풍부한데다가 무슨 질문을 해도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답을 하는데 지극히 사적인 질문에도 지혜롭게 피해갈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다.

키가 크기로 유명한 여배우 니콜 키드만은 키 작은 기자를 위해 맨발로 등장할 때도 있다. 인터뷰가 끝나면 배우와 기자가 사진을 찍는데 키 작은 남성을 배려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반면 카트린 드뇌브는 악수조차 거절할 정도로 깍쟁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인터뷰할 때 매우 진지하나, 동거남 브래드 피트는 졸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해리슨 포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에는 "다음 질문"이라고 대답한다. 멜 깁슨은 비위를 건드리는 질문을 받으면 황소처럼 눈을 크게 뜬 채 씩씩거리며 "이봐 친구야, 난 그런 것에 아랑곳 안해"라며 고함을 지른다. 숀 펜은 자신이 감독을 맡은 영화 홍보를 위해서만 언론을 상대한다.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배우로는 로버트 드 니로가 손꼽힌다. 지난 주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코미디 영화 정킷(배우와 감독 인터뷰를 위해 각국 기자를 초청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드 니로는 마치 소가 도살장에 들어오듯이 하는 배우로 인상을 잔뜩 쓰면서 입장했다. 시종일관 오만상을 찡그리며 "나보다 이 사람이 더 잘 아니 그에게 물어보라"며 대답을 제작자에게 넘겼다. 영화 속 깡패와 다를 바가 없었다.

드 니로의 대답은 이렇다. "누가 알아?" "좋았어!" "예스!" "노!" "기억이 나질 않아!" "잘 모르겠어!" "그럴 수도 있겠지!" "아마도…." 홍보를 위한 인터뷰에 응한다는 계약 때문에 나왔겠지만 이럴 거면 왜 나왔는지 묻고 싶다.

사실 인터뷰에 앞서 이런 질문을 준비했다. "당신은 인터뷰를 마지 못해 하는데 이왕 나온 김에 좀 기분 좋은 척이라도 할 수 없는가? 척하는 것이 배우의 전문 아닌가?" 그런데 드 니로를 만나서 차마 묻지 못했다. 다음엔 꼭 물어야겠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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