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슈퍼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를 상대로 개봉 첫 주 50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한 영화 ‘은교’(감독 정지우ㆍ제작 정지우필름). 박범신 작가의 원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작품에서 타이틀롤 은교 역을 맡은 신예 김고은은 체모까지 드러내는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관심을 모았다. 김고은의 화제성에 가려졌지만 노시인으로 분한 박해일 역시 성기까지 노출한 것으로 알려지며 언론시사회 이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성기 노출은 노쇠한 이적요가 거울 앞에서 옷을 벗고 자신의 몸을 보는 과정 중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박해일은 촬영 시작 전 8시간의 분장을 받았지만 이 장면 속 이적요는 30대 박해일의 몸이라 하기 힘들 만큼 가냘펐다. 이에 대해 정지우 감독은 ‘은교’의 개봉 전 만난 자리에서 “대부분 박해일이 직접 촬영했고 과학의 힘을 조금 빌렸다”고 말했다.

바로 이 말 속에서 성기 노출 장면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이 장면 속 이적요의 모습 중 가슴 위는 박해일이지만 그 아래 부분은 대역한 노인의 몸이다. 분장으로 피부의 질감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젊은 박해일의 굵은 몸통이 노인의 몸처럼 보이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은교’ 속 이적요의 성기는 박해일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박해일은 ‘은교’의 기자간담회나 언론인터뷰 때 굳이 대역을 썼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는 ‘은교’의 홍보 포인트와 연계해 풀이할 수 있다. 성기 노출 장면은 수많은 기사를 통해 회자되며 ‘은교’의 홍보에 도움을 줬다. 때문에 개봉을 앞두고 굳이 비밀을 발설해 김을 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은교’의 관계자는 “제작진에 대역 여부를 묻는 이도 없었다. 만약 대역 논란이 있었다면 나서서 해명했겠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개봉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는 여주인공 수애가 정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뒤태 전라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결국 대역을 쓴 것으로 확인됐지만 문제 삼는 이는 없다. 이 역시 영화의 장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이 위험하거나 민감한 장면을 촬영할 때 대역을 내세울 때가 있다. 물론 모든 장면을 주연 배우가 직접 소화한다면 좋겠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대역을 쓰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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