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997년 개봉돼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문제작 '실락원'이 14년 만에 국내에서 개봉된다.

이 영화는 일본 개봉 이후 국내에 수입됐으나 일본 문화가 전면 개방되지 않았던 시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일본영화는 상영될 수 없었던 시대적 장벽에 가로막혀 개봉되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

그 사이 국내에서 같은 내용의 리메이크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이 영화는 한 번도 실체가 공개된 적이 없음에도 국내 관객들에게 왠지 익숙한 영화가 돼 버렸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11년, 한 영화사가 국내 중장년층을 겨냥해 다시 수입하면서 국내에 처음 선보이게 됐다.

'14년 전 영화인데, 촌스럽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는 많은 관객들의 그런 예상을 보기 좋게 깰 것 같다.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명작의 품격을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불륜'이라는 소재는 품격 있게 다루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안방 극장에서도 수십년째 우려먹는 막장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불륜 아니던가.

그러나 소설 '실락원'은 인간의 근원적인 성애와 두 남녀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고 농밀하게 그려냈고 일본의 중견감독 모리타 요시미츠는 이를 영화화하면서 감각적인 영상으로 중년 남녀의 치명적인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완벽주의 의사 남편과 결혼해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던 38세 여성 린코(쿠로키 히토미)는 출판사 편집장 자리에서 좌천돼 한가하게 지내는 50세 남성 구키(야쿠쇼 코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이들이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고 첫눈에 반한 유부남과 유부녀가 아슬아슬한 만남을 지속하며 육체적인 사랑에 탐닉하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서로의 배우자를 속이고 주위 사람들의 눈을 속이면서 만나야 하는 관계가 위태롭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들은 점점 더 서로에게 빠져들고 거의 중독되는 지경에 이른다.

급기야 린코의 남편이 사설 탐정을 고용해 불륜 행각의 꼬리를 잡고 구키의 아내 역시 마음이 떠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등 세상의 비난과 질타가 이들을 옥죄어온다. 결국 이들은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마지막 밀월 여행을 떠난다.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남녀의 정사신은 보이는 범위로 본다면 요즘 나오는 웬만한 영화들보다 낮은 수위지만 감각적으로 매우 에로틱하게 그려져 강렬한 인상을 준다.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어도 좋아요"라는 대사가 말해주듯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이 온전히 일치된, 에로스의 최고 경지를 보여주겠다는 감독의 의도는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를 만나 품격있는 멜로영화로 구현됐다.

'쉘 위 댄스'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일본의 대표 배우 야쿠쇼 코지는 회사와 가정의 중심에서 밀려난 쓸쓸함과 사랑을 열병처럼 앓는 소년같은 중년 남성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인형처럼 예쁜 얼굴과 단아한 자태를 지닌 여배우 쿠로키 히토미 역시 자기 안에 들끓는 열정을 어쩌지 못하고 파국적인 사랑을 과감하게 선택하는 도발적인 여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7월 28일 개봉. 상영시간 119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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