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영문과 여교수 주리(유동숙). 한 번도 남성과 성관계를 해보지 못한 그는 이른바 '야동'을 보며 욕구를 다스린다.

용기를 내 포르노를 제작하는 대학 동기 명숙(변지연)을 찾아간 그녀는 포르노 배우가 돼 "남자를 자주 바꿔가며 하고 싶다"고 말한다.

계약서에 사인한 후 다이어트에 들어간 주리는 마침내 첫 촬영에 들어가고, 자신보다 10여 살 아래의 파트너에게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심장이 뛰네'는 포스터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 꽤 야한 영화다. 여교수의 포르노 여배우 도전기라는 이야기는 DVD가게 에로 영화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로물의 소재.

그러나 '심장이 뛰네'는 삶의 동력을 상실한 30대 여성의 자아 찾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오로지 볼거리(?)만을 제공하는 '값싼' 에로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 직접적이진 않지만 성장과 사랑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요즘 그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는 영화는 초반 찌질한 여주인공의 '수난'(?)을 그린다. 학생들뿐 아니라 택배 아저씨에게까지 휘둘리는 주리는 포르노제작소에서도 서투른 행동 때문에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영화는 자신이 고민하는 실체에 접근하면서 점점 어른스러워지는 주리의 행동을 담담히 보여준다. 윗사람에게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기도 하고, 진짜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기도 한다.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덕택에 "내가 정말 추하다"는 주리의 마지막 고백은 꽤 설득력 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건 주리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방식이다. 촌스러운데 은근히 사랑스럽다. 사랑이란 원래 나이가 들어도 세련되지지 않는 거니까. 촌스런 감정이 작열하는 거니까. 영화는 그런 촌스런 사랑을, 세련되지 않은 방식으로 거칠게 포장한다.

영화는 중간 중간 소소한 유머가 채워지지만, 관객의 코드에 따라 웃음의 진폭 차는 클 듯하다.

신종플루로 지난해 사망한 고(故) 유동숙의 연기는 은은하면서 강렬하다. 부끄러운 듯 도발적인 주리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했다. 유씨는 지난해 이 영화로 제5회 로마국제영화제에 다녀온 후 숨졌다.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서 그런지, 정사 장면이 야하다기보다는 세밀하고 정교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허은희 감독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29번에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문득 그대를 생각하면, 나는 첫새벽 적막한 대지로부터 날아올라 천국의 문전에서 노래 부르는 종달새. 그대의 사랑을 생각하면 곧 부귀에 넘쳐, 내 운명 제왕과도 바꾸지 않으리."

7월2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性남性녀'의 은밀한 성생활 엿보기 ▶은밀한 침실속 생활까지 살짝~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