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무속인의 딸 숙희(송혜교)는 무당이 되기 싫어 재미교포 피터(롭 양)와 중매 결혼한다.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숙희는 이웃집에 사는 존(아노 프리쉬)-줄리(애쉬나 커리) 부부와 친교를 맺는다.

어느 날 줄리의 집에 간 숙희는 남편과 함께 마리화나를 피운 후 집에 돌아와 마리화나 때문에 인사불성이 된 남편과 잠자리를 갖는다.

그러나 섹스 도중 남편은 숨지고 이에 충격받은 시어머니도 자살하면서 숙희는 홀로 남겨진다. 그리고 곧이어 이웃 존과 줄리 부부에게 조금씩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페티쉬'는 집착, 숭배 혹은 특정 물건을 통해 성적 쾌감을 맛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숙희의 페티쉬 대상은 미국과 미국인이다.

숙희는 줄리의 모든 걸 탐낸다. 처음에는 이름도 따라짓고, 그녀가 입는 수영복도 빌리며 결국에는 남편 존까지도 빼앗으려고 한다.

동경하는 대상의 모든 걸 소유하려는 욕망을 다룬 이야기는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한 소재다. 소재의 참신성이 떨어지지만, 영화는 극적 구성이 탄탄한 편이어서 지루함을 안기지는 않는다.

역시 이 영화의 가장 큰 화젯거리는 송혜교다. 송혜교가 출연한 해외 독립영화라는 점에서다. 송혜교는 공허한 눈빛으로 줄리가 되고자 하는 숙희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영어 대사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다만, 베드신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뒤 맥락에 맞는 노출은 영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해 주는데 송혜교가 등장하는 노출신은 페이드아웃(화면의 피사체가 점점 사라지는 기법)되거나 뜬금없이 다음 장면으로 건너뛰어 영화 전체를 덜컥거리게 한다.

숙희를 존 부부가 키우는 개에 에둘러 빗댄 장면은 다소 불편함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줄리가 되고자 하는 숙희의 욕망과 이 장면이 맞물리면서 경우에 따라 동양인 비하 문제까지도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퍼니 게임'에 출연한 아노 프리쉬가 송혜교와 호흡을 맞췄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손수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1월25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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