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박현진은 주연작인 영화 '나탈리'의 개봉과 더불어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섰다.

국내 상업 영화로는 최초로 헤어누드를 포함한 파격 노출을 펼친 데 대한 뜨거운 관심 탓에 수주일 동안 국내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를 오르내렸다.

영화의 개봉 직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박현진은 언론과 팬들의 호들갑스러운 시선이 무색하리만큼 차분하고 덤덤했다.

전라 노출에 쏠린 뜨거운 시선과는 달리 이제 막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여배우로서의 설렘과 긴장,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배우 생활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순수한 다짐으로 일관했다.

박현진은 "첫 주연작에서 너무 큰 관심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제 배우로서 제대로 된 첫 발을 뗐을 뿐이다. 큰 화제에 오른 것에 누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 정말 열심히 하겠다"며 몇 번이고 결의를 다졌다.

"노출이 힘들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연기를 하는 것이 더 힘들었어요.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데 감정 연기에 더 몰입하지 못한 것은 아쉽네요. 촬영 시간은 촉박하고 카메라 앞에서는 도망칠 곳이 없었어요. 촬영 중에는 '나' 자신을 많이 버렸어요.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에는 신경을 꺼버렸죠. '공기인형'을 찍을 때 여자로서 자아보다 배우로서 자아가 이겼다는 배두나 선배 말씀에 공감합니다. 배우로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훨씬 많았어요."

극 중 노출에 대한 박현진의 신념은 확고했다. 부산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미술을 전공하면서 누드모델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려본 경험도 영화 속 누드모델로 노출을 하는 장면에 거부감이 없애는데 도움이 됐다. 애초 '나탈리'가 베니스영화제 출품작으로 기획됐기에 국내 상영 버전에 전신누드가 포함되리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언론시사회에서 노출 장면을 보고 놀라긴 했어요. 충분히 각오를 하고 촬영했고 거부감이 없었지만 국내 상영에서 이번 버전이 심의에 통과했을 줄은 몰랐거든요. 편집은 감독님 몫이니까요. 다만 시사회 때 귀띔을 안 해주셔서 조금 놀랐죠.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억지스럽거나 자극적이기 보다 아름답게 그려졌기에 만족합니다."

박현진은 자고 나니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케이스는 아니다. 부산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2002년 미스유니버시티 선발대회에서 입상하며 데뷔했다. 통신사 광고 및 아파트 광고 등 다양한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케이블 채널 코미디 TV의 '러브레이싱'과 SBS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등에 출연했지만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8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연예계 활동을 하며 소속사가 엎어진 경험만도 다섯 번이나 겪었다. 매니저와 헤어스타일리스트 없이 혼자서 활동한 시간들도 여러 해였고, 특히 '태양을 삼켜라' 때는 스트리퍼 역을 맡아 봉춤을 수개월 간 훈련받다가 미국 현지 스태프의 실수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미국 촬영당시 비자 때문에 문제가 생겨 몇몇 스태프들과 함께 불법체류자로 몰려 강제 추방되는 아찔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

박현진은 "화보 작업을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거액의 제안을 받으면서도 한 번도 촬영해 본 적이 없다. 노출을 해도 연기자로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기자로서 서너 차례의 위기를 겪었다. 그런 시간을 겪으며 내게 연기가 얼마나 소중한 지 나를 둘러 싼 모든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현진은 '나탈리'의 촬영 직전에 이영애와 광고를 찍은 일화를 전하며 가장 닮고 싶은 선배로 이영애와 장진영을 꼽았다. 그는 "이영애 선배는 광고를 찍을 때도 한 장면, 한 장면에 혼신을 다 한다. 선배가 나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을 꼭 닮고 싶다"며 "이제 첫 주연을 했을 뿐인데 이 자리가 얼마나 무게감 있는 자리인 지 알 것 같다. 앞으로 원 없이 연기하며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하고 싶은 남자 배우를 묻자 "제가 부산 출신인데 같은 부산 출신 배우인 강동원 선배와 함께 연기해 보고 싶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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