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08 총결산] 영화… 신인감독들 '희망'을 담았다

올해 한국 영화계 종사자들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CJ CGV 집계에 따르면 1~11월 한국 영화 전국 관객 점유율은 지난 2006년 65.5%, 2007년 52.3%에 이어 올해 42.0%로 점점 하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었다. 나홍진 이경미 장훈 등 신인감독들이 등장했고, 새로운 시도들도 이어졌다.

# 땀의 보상

땀 흘린 영화들이 인정도 받았다.

영화 (감독 임순례ㆍ제작 MK픽쳐스)은 국가대표 여자 핸드볼 선수의 실제 사례를 영화로 옮겨 404만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올 1~11월 영화산업통계 자료) 이상의 박수를 받았다.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등 배우들이 실제로 훈련을 받아 '하면 된다'는 희망을 줬고, 소외 종목인 핸드볼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 모았다.

영화 (감독 나홍진ㆍ제작 영화사 비단길) 역시 김윤석과 하정우가 끊임없이 달리며 '추격'해 땀 흘렸다. 507만명의 관객을 모았고 스릴러 열풍을 일으켰다. 주인공인 김윤석이 데뷔 20년 만에 남우주연상을 모조리 휩쓰는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 (감독 김지운ㆍ제작 바른손엔터테인먼트) 역시 중국에서의 고된 촬영으로 블록버스터로 탄생했다. 할리우드라면 CG로 처리할 것을 배우와 스태프가 몸으로 부딪힌 덕에 칸 국제 영화제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668만명이 관람했다.

# 색의 표출

지난해 의 영향이었을까. 지난해와 달리 색에 빠진 한국 영화들이 쏟아졌고,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올 가을 영화 (감독 전윤수ㆍ제작 이룸영화사)가 농도 짙은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은 뒤 180만명 이상을 불러 모았다. 같은 날 개봉한 (감독 민규동ㆍ제작 영화사 집ㆍ이하 앤티크)은 '마성의 게이'라는 별명의 게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남자들끼리 키스신과 베드신이 등장하고도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올해 마지막 한국영화 개봉작인 영화 (감독 유하ㆍ제작 오퍼스픽쳐스) 역시 동성애와 양성애를 두루 담은 파격적인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신예 감독의 출현

우울한 가운데에도 감각 있는 신인 감독들이 등장해 힘이 됐다. 의 나홍진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깔끔한 연출을 한 데다 흥행까지 성공을 거뒀다. 영화 (제작 모호필름)의 이경미 감독도 독특한 창작 시나리오와 연출력으로 박수를 받았다.

영화 (제작 김기덕필름, 스폰지)의 장훈 감독도 수확으로 꼽힌다. 소지섭과 강지환이 출연해 스타를 꿈꾸는 깡패와 깡패 같은 스타라는 설정으로 맛깔스러운 연출력을 보였다.

이경미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첫 제작 영화를 맡았고,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연출부 출신으로 김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 '입봉'했다. 이들은 박찬욱과 김기덕이라는 걸출한 감독의 영향력이 아니더라도 역량 있는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여배우의 변신

손예진 수애 신민아 공효진 등 여배우들의 변신이 화제였다. 영화 (감독 정윤수ㆍ제작 주피터필름)는 베스트셀러 소설로 일찌감치 기획돼 177만명을 동원한 뒤 주연 손예진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수애 역시 영화 (감독 이준익ㆍ제작 타이거픽쳐스)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섹시한 매력을 뽐냈고, 신민아도 영화 (감독 최호ㆍ제작 보경사)에서 1970년대의 트렌드세터인 댄서로 변신했다.

공효진은 영화 에서 안면홍조증에 걸린 역할을 맡아 얼굴을 빨갛게 칠하고 찡그린 얼굴을 숱하게 드러내는 모험을 해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 할리우드와 커뮤니케이션

한국영화 4편이 각각 400만명 이상을 동원한 데 반해 할리우드 영화 6편이 400만명을 넘었다.

(감독 마크 오스본, 존 스티븐슨ㆍ수입 CJ엔터테인먼트ㆍ467만명) (감독 필리다 로이드ㆍ수입 UPIㆍ448만명) (감독 존 파브로ㆍ수입 CJ엔터테인먼트ㆍ431만명)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ㆍ수입 CJ엔터테인먼트ㆍ413만명) (감독 롭 코헨ㆍ수입 UPIㆍ409만명)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ㆍ수입 워너브러더스코리아ㆍ406만명)이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국내 배우들도 할리우드로 눈길을 돌렸다. 비가 에 이어 의 주연을 맡았고, 다니엘 헤니가 에, 박준형이 에 출연해 내년에 전세계에 얼굴을 알린다. 이병헌이 < G.I.조 >,전지현이 , 장동건이 의 촬영을 마쳤다.

해외에서 살았던 배우들도 속속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있다. 언어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강정화는 을 출영 중이며, 한채영은 내년 한국과 뉴질랜드의 합작영화 를 통해 우회적으로 할리우드에 노크할 예정이다.

송혜교가 , 강혜정이 에 출연하는 등 미국에서 촬영되는 작은 영화들에서도 꾸준히 한국 배우를 찾고 있다. 가수 손담비는 아예 이라는 음악 영화까지 캐스팅됐다.

# 남자 영화의 안정감

남자 영화들이 비교적 안정된 수익을 거뒀다.

강우석 사단의 히트작 시리즈인 (감독 강우석ㆍ제작 KnJ엔터테인먼트)이 430만명, 조선시대 최초의 로켓 화포를 다룬 (감독 김유진ㆍ제작 KnJ엔터테인먼트)이 372만명, 차승원 한석규의 대결을 담은 (감독 곽경택ㆍ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이 205만으로 세 영화가 1,007만 관객을 모은 셈이다.

'대박'까진 아니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안정적인 아이템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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