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영화 '쌍화점' 송지효
혹독한 촬영이었지만 매력적
같은 장면 30~40번 찍기 일쑤
노출보다 감정표현 힘들었죠

8,000미터 높이의 안나 푸르나를 정복하고 온 산악인의 표정이라고나 할까. 쉽게 이길 수 없는 거대한 산봉우리를 넘었다는 감격과 동시에, 대자연의 혹독함을 맛본 뒤 저절로 생기는 겸손한 마음까지.

배우 송지효는 꼭 1년 전 영화 (감독 윤태윤ㆍ제작 두사부필름) 개봉 즈음 만났을 때와 사뭇 달랐다. 영화 (감독 유하ㆍ제작 오퍼스픽쳐스)에서 고려왕(주진모)과 결혼한 원나라 출신 왕후로, 왕의 사랑을 받는 호위무사 홍림(조인성)과 원치 않는 잠자리를 해야 하는 숙명에 빠진 인물을 연기했다. 그의 눈빛은 깊어져 있었다.

# 유하 감독=나 자신을 던졌죠

송지효는 유하 감독과 한 차례 인연이 있었다. (제작 싸이더스) 당시 이 영화의 오디션을 봤을 때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평소 유하 감독의 작품을 모조리 감상하고 잔잔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그의 영화를 동경했던 송지효에게 드디어 시나리오가 주어졌다.

"매 페이지마다 제 이름이 박혀 있는 시나리오를 보며 꼭 제가 할 것만 같고, 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베드신 같은 주저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못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송지효는 영화 촬영 전 승마와 비파 등을 배우며 준비 기간을 거쳤다. 유하 감독은 송지효가 각오한 것보다 훨씬 매섭고 꼼꼼했다. 같은 장면을 30번, 40번씩 찍는 것은 물론이고, 매 장면 섬세한 감성을 불어넣어야 했다.

카메라 앞에서 씩씩하게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곤 했지만, 홀로 숙소로 돌아가면 눈물을 흘리기 일수였다. 후회와 두려운 마음이 들곤 했지만, 돌아가면 안 된다는 마음에 정면으로 부딪혀 자신으로 던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괴로워 한 적도 많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살이 되고 뼈가 되는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든 산을 넘고 나니 뿌듯해요. 이 다음 등반은 수월할 것 같고, 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도 보일 것 같아요."

# 베드신=몸이 얼마나 나오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송지효는 "지난 10,11일 조인성과의 대리 합궁 장면에 영화 홈페이지에 공개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하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송지효의 얼굴에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 "잘 나왔나요? 저도 아직 제대로 못 봐서요"라며 부끄러워했다.

"노출이 에서 이슈가 되고 있죠. 관심 받을 만한 것, 인정해요. 베드신이 아니라면, 세 사람의 관계가 정리가 되지 않거든요. 전 일단 결정하면 밀고 나가는 성격이라 최선을 다했어요. 베드신에서 몸이 얼마나 나오느냐 보다는, 몸놀림이 중요하다고 봐요. 감독님이 표정을 워낙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눈동자의 흔들림까지 보시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자세도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감정을 보여주는 게 가장 힘들었죠."

송지효는 다시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 마치 자신의 상황처럼 왕후의 심정을 묘사해갔다.

"왕은 남자를 좋아하는데, 왕후로서 그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건 여자로서 너무 치욕적이었죠. 은장도로 자결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원과 고려의 정치적 이유로 그러지도 못했죠. 왕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어디에 말도 못하고요. 처음엔 제가 이해를 못 하니까 감독님이 '지효야, 네가 결혼했는데 8년 동안 남편이 잠자리를 안 하다 자신이 게이라고 고백했다고 하자. 그리곤 아이가 필요하다고 남편의 남자친구와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면?'이라며 감정을 이리저리 잡아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 송지효=다음 등반 기다려

평소의 송지효는 털털하다. 경기도 일산의 집에서 서울 강남의 소속사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곤 한다. 비오는 날 버스 앞 자리에 앉아서 넓은 창으로 바깥 구경도 하고, 빗소리를 듣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제가 한창 CF 찍을 때는요. 지하철에서 제 얼굴이 광고판 아래 일부러 앉아 있었어요. 그래도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요,하하."

스킨스쿠버 웨이크 서핑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송지효는 요트 자격증에 도전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지금 당장은 에서 빠져 나오고 있지 못하지만 말이다.

"너무 허탈해서 멍하게 보냈어요. (양손으로 커다란 원을 만들어 보이며) 너무 뜨거워졌다 너무 차가워져서, 이렇게 제 마음이 뻥 뚫렸어요. (조)인성씨도 일본에 갔다 '재촬영 들어갔으니 언제까지 준비하라'는 꿈도 꿨대요. 그만큼 빠져들었기 때문인지, 이 작품 통해 생각의 폭 넓어졌어요. 연극이든 드라마든 배우로서 자신감을 갖고 지금의 뚫린 제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어서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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