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무로 돈 가뭄 심각
'29년' 살리기 서명운동 불구 불투명
환율 상승으로 해외로케이션 차질도

▲ 영화 '29년'
충무로에 불어 닥친 '돈 가뭄'이 심각하다.

"돈이 웬수다"며 한숨 짓는 영화 관계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좋다'고 소문난 시나리오에 내로라 할만한 톱스타와 감독이 합류했지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제작이 무산되는 영화가 적잖다. 게다가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투자를 받은 영화조차 제작을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돈 마름'에 시달리던 영화계의 실정은 영화 (감독 이해영ㆍ제작 청어람)의 제작 연기를 통해 수면 위로 불거졌다. 배우 김아중 류승범 등이 캐스팅돼 화제가 된 이 영화는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네티즌이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를 통해 ' 살리기'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투자금 모금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당초 출연을 결정했던 일부 배우들도 타 작품을 검토하는 상황이라 의 제작 재개는 요원한 상태다.

최근 배우 권상우의 출연 번복으로 잡음이 일고 있는 영화 (감독 박진표ㆍ제작 영화사집)의 경우도 권상우측이 "현재 영화계가 불황이고 투자가 불확실해 투자자와 배급사 확인을 위해 여러 번 요청했으나 영화제작사는 이를 기피했다"고 번복 이유를 들었다.

▲ 영화 '영화는 영화다'
한 관계자는 "권상우라는 배우가 캐스팅돼 투자가 용이한 편이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기존 투자자조차 투자를 철회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환율 상승은 해외 로케이션이 계획된 영화의 제작을 더디게 하고 있다. 배우 황정민 주연의 영화 (감독 박태춘ㆍ제작 스튜디오2.0)는 현재 제작이 연기된 상태다. 엔화의 환율이 천정부지 솟구쳤기 때문이다.

의 제작 관계자는 "일본에서 90% 이상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되는 터라 환율 상승에 따른 제작비 부담이 커졌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촬영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100엔이 약 800원에 거래됐음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현재 제작비가 50% 가량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중국 로케이션은 각광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환율 상승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달러나 엔화의 강세 속에 로케이션 장소를 중국으로 변경하거나 처음부터 중국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외부 투자 부족을 내부에서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 (감독 이상우ㆍ제작 노근리프로덕션)는 스태프가 급료를 제작비로 돌렸다.

의 관계자는 "일종의 러닝 개런티다. 영화의 흥행 정도에 따라 급료를 받게 되는 셈이다. 제작비 충당을 위한 자구책이지만 스태프가 더욱 열심히 일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배우 소지섭은 최근 출연한 영화 에 개런티를 투자했다. 소지섭은 영화의 성공으로 산술적으로 투자금의 2배의 수익을 내게 됐다.

한 영화 관계자는 "출연진과 제작진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800억원을 영화 제작에 지원할 것이라 밝혀 침체에 빠진 충무로에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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