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영화 '식객'
최고 요리사가 되기위한 불꽃튀는 경쟁
화려한 요리신 압권…만화 '식객' 원작

김훈의 소설 에는 ‘다가오는 한 끼 앞에 지나간 수만 번의 끼니는 무효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1년 365년, 매일 세 끼를 먹는 존재가 인간이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사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한 편의 영화 속 대사가 가슴 깊이 새겨지는 이유다.

영화 (감독 전윤수ㆍ쇼이스트㈜)은 처음으로 음식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가 아니라 가슴이다’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며 온갖 진수성찬으로 오감을 자극한다. 라면 된장찌개와 같은 지극히 국민적인 음식부터 ‘대한민국 1%’만이 맛볼 만한 최고의 황복회 도미면 등 황홀한 음식들이 스크린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 천재 요리사 성찬(김강우)와 승리를 위해 불의를 일삼는 야심가 봉주(임원희)는 대한민국 최고 음식점 운암정의 대를 잇기 위해 대결을 펼친다. 성찬의 요리를 먹은 심사위원들은 복어독에 중독돼 하나 둘 쓰러진다. 성찬은 결국 요리계를 떠나고 봉주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5년 후 조선시대 최고의 요리사인 대령숙수의 칼이 발견되고 그의 적통을 찾는 요리대회가 열린다. 성찬은 열혈 VJ 진수(이하나)의 권유 등으로 대회 참가를 결심한다. 성찬은 계속되는 봉주의 방해 공작을 물리치며 결선에 나서게 된다.

은 원작자 허영만의 만화 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만화 은 일간지 연재와 함께 단행본으로 발매돼 판매량 54만부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영화 은 만화가 준 2차원의 재미와 감동을 스크린이라는 3차원 공간을 통해 한층 먹음직스럽게 배열한다.

글로 표현됐던 조리 과정은 직접 요리 기술을 배운 주연 배우들의 능숙한 손놀림을 통해 눈으로 확인된다. ‘조(鳥)-어(魚)-우(牛)-적(炙)’으로 이어지는 요리 대결은 또 어떤 음식이 등장할지 궁금증을 배가시키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은 짧은 러닝 타임(113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을 부린다. 재료를 많이 넣다 보니 뚜렷한 맛을 가진 ‘단품’보다 결혼식장의 ‘뷔페’를 먹는 기분이다.

좋은 숯을 구하기 위해 사형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사형수의 어머니에 얽힌 회상 장면은 신파에 가깝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히 살지 못해 아쉽다.

이런 몇 가지 보완점을 차치하고 은 ‘먹거리’라는 지극히 원초적인 소재를 먹음직스럽게 가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영화다. 음식을 장만하는 장면에서 터지는 관객들의 ‘와~’하는 탄성은 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영화임을 깨닫게 한다.

아울러 군대 시절 먹었던 라면의 맛을 잊지 못하는 등장인물에게 ‘배고플 때 먹는 게 최고!’라는 비법(?)을 전수하는 장면은 쉽게 잊고 사는 진리를 되짚게 해준다. 끝으로 을 보러 가는 관객들에게 ‘식사 전에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곯은 배를 부여잡고 괜찮은 ‘맛집’을 찾아나서는 것은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11월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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