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분 토론'서 "비평할 가치 없다"는 진중권 주장에 비난 쇄도

10일 오전 0시10분부터 방송된 MBC TV '100분 토론'에서 심형래 감독의 SF 블록버스터 '디 워'(제작 영구아트)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자 시청자들이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진행하는 '100분 토론'은 이날 '디워, 과연 한국영화의 희망인가'란 제목으로 토론을 열었으며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문화평론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문화평론가 하재근 씨, 김천홍 스포츠조선 기자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 가운데 진중권 교수는 "'디 워'의 흥행은 한국영화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겠다는 애국심 코드와 국산 컴퓨터그래픽(CG)에 대한 자부심, 심형래 감독의 인생역전 코드에 의한 것"이라며 "CG에만 집중해 서사가 전혀 없어 비평할 가치조차 없는 영화"라고 혹평했다.

또 김조광수 대표는 "충무로에서 심 감독이 개그맨 출신이라 냉대한 것은 아니다"라며 "영화 외적인 요소를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천홍 기자는 "마케팅이란 상품을 팔기 위한 수단인데 이 영화가 애국주의 마케팅을 쓴다는 사실을 문제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영화를 보러 가겠다는 선택은 관객이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토론에 대해 네티즌의 반응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영 전에만 '디 워'에 관한 글 7천 건이 올라온 데 이어 생방송 도중에는 4천500건이, 방영 이후 5천여 건이 올라왔다.

글을 쓴 네티즌들은 대부분 이 영화를 혹평하며 토론을 주도한 진중권 교수에 대해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홍헌표 씨는 "평론가는 냉정하게 평가를 해야 하는데 진중권 씨는 '평론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영화가 재미없다면 애국심 마케팅도 소용이 없는데 이 영화는 이미 400만 명이 봤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가 '디 워' 스토리의 허술함을 비판하면서 "영구가 '영구 없다'고 하는 꼴"이라거나 "엉망진창인 이 영화에 대한 일방적 옹호에 꼭지가 돈다"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이소영 씨는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치졸한 언행"이라며 "무작정 비판하려고 작정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임태순 씨는 "올바른 비평은 전문가의 관점으로 객관적인 면을 평가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지 자신의 지식이나 기존의 틀에서만 감정적인 비평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게시판에 진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은 일부에 불과했다. 김윤상 씨는 "오늘 토론의 논제는 이 작품이 침체된 한국영화의 새 활로를 열지, 아니면 애국주의에 편승한 영화인지를 묻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답은 진중권 씨만 내놨다"고 진 교수를 두둔했다.

또 토론 진행 방식과 주제 선정 자체를 비판하는 글도 상당수 올라왔다. 박경환씨는 "'왕의 남자'가 1천만 명을 넘었을 때도 이런 토론은 없었는데 '디 워'는 단지 300만을 넘겼을 뿐"이라며 "상영 중인 영화를 주제로 토론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동한 씨는 "진중권 씨는 많은 토론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지만 '디 워' 찬성 측 패널들은 그런 경험이 거의 없는 논객들이라 진중권 씨 한 명이 주제에 대해 모든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패널 구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밖에 토론이 영화의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스포일러' 역할을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날 '100분 토론'의 시청률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 결과 전국 4.7%를 기록했다. 이는 한 주 전인 2일의 1.8%, 2주 전인 지난달 26일의 1.9%에 비해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한편 영화 전문 웹사이트 맥스무비가 방송 직전인 9일 실명 확인된 네티즌 2천938명을 대상으로 이번 방송과 같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2%(2천240명)가 "'디 워'는 한국 영화의 희망"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희망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네티즌은 10%(295명)에 그쳤고, "모르겠다"는 답변은 13.7%(403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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