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황진이' 원작 소설과 차별화
원작과 달리 베드신·노래·춤 등 볼거리 없어 '의외'
'내면묘사'에 초점… '심심하다', '새롭다' 평 엇갈려

' 소설에는 있고 영화에는 없다?'

영화 (연출 장윤현ㆍ제작 씨네2000, 씨즈엔터테인먼트)에는 꼭 있을 법한 세 가지가 없다. 바로 베드신, 노래, 춤이다. 이것은 조선시대 최고의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기생 황진이에게 대부분 호기심을 갖고 바라볼 부분이기도 하다. 정작 영화가 원작으로 삼은 북한 작가 홍석중의 소설 에는 이 세 가지가 있어 비교가 된다.

우선 영화 에는 베드 신 장면이 최소로 그려진다. 황진이 역의 송혜교가 놈이를 맡은 유지태와 첫날밤을 치르는 장면에서는 어깨선만, 사또 희열에게 수청을 드는 장면에서는 무릎선까지만 속살을 드러냈다. 도리어 소설 에는 폐쇄적인 북한의 소설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정사 장면이 묘사된다.

더구나 황진이와 놈이의 정사는 황진이가 양반의 신분을 버리고 천민으로 하락한다는 상징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소설에서는 특별히 공들여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오히려 담담한 시선을 유지하면서 두 사람의 합방을 포옹 정도로 마무리했다.

영화 에는 춤과 노래도 없다. 황진이가 가야금을 안고 잠든 장면이 등장하지만 실제 연주 장면은 없다. 황진이가 밤새도록 가야금을 연습하다 새벽을 맞이한 장면이다. 황진이의 춤사위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황진이가 시를 쓰거나 술자리에 앉아 있는 장면은 등장하지만 당시 기생의 필수 요소일 법한 춤과 노래는 찾아볼 수 없다.

소설 속 황진이는 가무에도 능하다. 황진이는 송도의 객주인 청교방에 들어간 후 춤과 노래를 배운다. 소설 속 황진이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놈이가 죽은 후 전국을 떠돌며 소리꾼으로 살다 생을 마감한다. 소설의 황진이에게 노래와 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인 셈이다.

영화 의 이 같은 '3무(3無) 현상'은 황진이의 화려함보다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 감독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장윤현 감독은 의 시사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황진이에게 놈이와의 첫날밤이나 희열과의 하룻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는 않다. 거기까지 간 과정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으레 황진이에게 기대하는 화려함보다는 조선시대 기생과 노비의 삶을 통해 평등한 인간관을 그려나가고 싶었던 만큼 영화 속 의상 역시 붉은색을 최대한 배제했다.

영화 가 이처럼 세인의 기대를 피해가듯 담백한 묘사에 에너지를 쏟은 만큼 평도 엇갈리고 있다. "지나치게 심심하다"는 평과 "황진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평이 나란히 나오고 있다.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 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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