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하드보일드 영화 '수'

하드보일드는 현실의 냉혹함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표현 기법을 가리킨다.

수 많은 액션을 담은 영화가 있지만 그 가운데 당당하게 하드보일드라는 수식을 붙일만한 작품을 흔하지 않다.

그만큼 잔혹하고 처절하게 인간 본성을 건드려야 한다.

피칠갑의 날것들이 서로 부딪히며 발생하는 강렬함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를 때도 있다. 올 봄, 한국 관객들도 한국형 하드보일드 영화 한 편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거장 최양일 감독이 한국에서 처음 작업한 영화 (제작 트리쯔클럽)가 하드보일드 액션을 표방하고 나섰다. 작품에 앞서 최 감독은 출연 배우들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죽을 각오를 당부했다.

배우들은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사활을 걸고 작품에 매진했다. 최양일이라는, 어찌보면 안전장치 없는 배를 타고 하드보일드라는 폭풍우 가운데 항해를 마치고 나온 두 배우가 있다.

지진희와 강성연은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 눈빛만큼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거친 날 것의 신세계를 경험한 이들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배우 지진희와 강성연은 거장 최양일 감독 앞에서 ‘…척’은 금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강성연은 “최 감독님은 리허설조차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실제로 넘어져라’ ‘넘어지는 척, 다치는 척은 절대 하지 마라’고 언제나 강조하셨다”고 밝혔다.

지진희 역시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내가 총을 상대배우에 관자놀이에 겨누면서 위협하는 장면이 있었다. 별 생각 없이 겨누었는데 최 감독님이 순간 버럭 화를 내셨다. 갑자기 총을 빼앗아 곁에 있던 한 여성 스태프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시범을 보이셨다. 얼마나 세게 하셨는지 그 스태프의 관자놀이에 총이 찍힌 자국이 선명했다.”

최양일 감독은 하드보일드 액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거장답게 촬영장에서도 배우들을 쉴새 없이 몰아쳤다. 인위적이지 않은 실제 살아 숨쉬는 연기를 요구했다.

배우의 연기가 미진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자신이 직접 연기를 해보이는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열정은 두 배우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 듯했다.

지진희는 “머리 속에 모든 것을 그려 넣고 배우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카리스마가 남달랐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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