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놈 목소리'서 자식 유괴당한 부모 열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만큼 애끓는 마음이 있을까. 그것도 생면부지의 유괴범에게 자식을 납치당했다면 말이다.

실제 이 일을 겪지 않았지만 그 심정을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지옥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있다. 바로 1991년 일어난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그놈 목소리'(감독 박진표, 제작 영화사 집)의 주연을 맡은 설경구와 김남주다.

4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그놈 목소리'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주연 배우인 설경구와 김남주는 아이를 유괴당한 부모의 연기를 하는 동안 맘 고생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자신들의 몸을 통해 또 메이킹 필름을 통해 입증했다.

특히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서 아들을 유괴당한 채 44일 동안 유괴범인 '그놈'에게 협박을 받는 엄마 역의 김남주가 촬영 후 컷 사인이 떨어졌음에도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해 오열하다가 스태프들에게 한참 동안을 부축 받는 등 감정 몰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9시 뉴스 앵커 한경득 역을 맡은 설경구 또한 아들을 유괴당한 아버지의 심정을 연기하다가 촬영이 끝난 후에도 울음이 멈추지 않아 오열을 터뜨린 것만도 수 차례. 살찌우고 빼기의 달인인 설경구지만 아무런 의도 없이 촬영에 몰입하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20여kg이 감량됐다.

김남주는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처음엔 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이 역할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극이 진행될수록 한 아이의 엄마라 너무너무 힘들었다"며 "(자식이 유괴된다는 것은)정말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지만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채 답변했다.

한동안 CF에서 보여준 세련되고 현대적인 주부 이미지를 철저히 버리고 자식 잃은 부모의 동물적인 본성을 체화해낸 김남주는 "실생활에서의 김남주와 영화에서의 오지선으로 철저히 분리해 살려고 노력했다. 하루는 집에서 아이를 업고 창 밖을 내다보는 데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눈물이 주룩 흘렀다. 내 심정이 이럴 진데 자식을 유괴당한 부모 심정은 오죽할까 싶어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말했다.

설경구 또한 "(유괴당했다는 것을)상상하다 보면 너무 진이 빠졌다. 우리가 해야 할 역할과 내 마음이 자꾸 충돌이 일어나 힘들었다"며 고단했던 심경을 밝혔다. 그는 심지어 촬영에 들어갔을 때 체할 것이 우려돼 촬영장에서 매끼 식사를 거의 걸렀을 정도였다.

연출을 맡은 박진표 감독은 "이 영화는 지금 아이를 잃은 채 살아가고 있는 부모의 심정으로 피 말리는 44일 동안을 다룬 영화다. 공소시효는 비록 만료되었더라도 범인이 잡히는 그 날 이 영화는 완성될 거다"라고 말했다.

오는 2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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