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폭마누라3'로 코미디 연기 진수… "내 코미디는 다르다는 것 보여줄 터"

이범수가 영화에 나오면 일단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진다. 서른 다섯편에 가까운 필모그라피에서 그를 떠올리면 덜떨어진 양아치 깡패 건달의 모습이 많이 연상되지만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정이 가는 캐릭터들이 온통 그를 친숙한 배우 살가운 배우로 만들어준다.

이범수는 알까? 그가 조 단역으로 출연했을 때 관객들이 짧고 굵은 그의 감칠맛 나는 코미디 연기에 얼마나 환호했는지를...이범수는 주연 조연 단역 우정출연 가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배우의 존재 이유라고 답했다.

28일 개봉을 앞둔 '조폭마누라3'(조진규 감독, 현진시네마 제작)에서 영화계 마지막 연말 흥행 몰이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이범수를 노컷뉴스가 만났다.

연말 연초에만 세작품에서 얼굴 선보여

올해 봄 여름에는 '음란서생'과 '짝패'에서 주연같은 조연으로 '역시 이범수'라는 찬사를 받았던 이범수는 지난 추석 '잘살아보세'로 일순간 쓴맛도 삼켜야 했다. 그리고 다시 연말에 '조폭마누라3'로 한해를 마무리하며 승부수를 띠우는 제작사와 배급사의 사활이 걸린 일전의 간판 투수로 등판했다.

조폭 코미디 시리즈 세번째 '조폭3'에서 조직내 넘버3, 기철 역을 맡은 이범수는 홍콩스타 서기 현영과 함께 가공할 만한 웃음 폭탄을 장전했다. '이범수가 이범수 다와야 영화지~'라는 세간의 농담이 그대로 현실화 됐다.

약간은 모자른 듯한 느낌을 가진 진지한 캐릭터의 연기에서는 이범수를 따라올 배우가 없다는 것이 중론. 그는 이번에도 역시 그 능청스러운 연기 교과서를 펼치고 있다.

이범수는 그 놀라운 순발력과 애드리브로 조진규 감독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맞물려 폭소탄을 터뜨리게 만들고 있다. "코미디와 코미디 연기는 분명 달라요. 코미디는 개그맨 분들이 하는 것이고 제가 하는 것은 연기죠. 웃기려고 작정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적으로 진지하게 연기하지만 웃음을 유발시키게 하는 게 연기라는 거죠. " 그의 코미디 연기에 대한 지론이다.

유감없는 실력발휘는 이미 여러 영화에서 증명되고 있지만 연말에 더욱 빛이 나고 있다. 앞서 개봉된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는 택시기사로 우정 출연했지만 예고편에 삽입되면서 흥행 몰이에 이범수의 역할이 대단했음을 업계는 인정하고 있다.

내년초 개봉하는 '언니가 간다'에서도 고소영의 상대역으로 우정출연해 삽시간에 그는 연말 연초에 세작품에서 볼 수 있는 배우가 됐다.

이범수는 "본의 아니게 그렇게 맞물려서 된 상황"이라면서 "어디까지나 중심은 '조폭마누라3'라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웃었다.

어느 배우도 흥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리즈 물 '조폭 마누라3'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범수는 여기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고 웃기다 재밌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 단점은 때리고 맞고 부수고 그런 것들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시니리오가 만족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들어서 결정했어요."라고 이유를 밝혔다. 배우입장으로는 '소진된다'는 느낌이 없어서 좋았단다.

코미디가 이범수에게 잘 맞는 옷이란 의견에 그는 동의할까?

"수학으로 비유하자면 이범수라는 분모속에 분자가 바로 제가 했던 여러 캐릭터라는 거죠. 가령 '조폭3'에서 기철이는 분모와 50%정도 일치한다고 느껴요. 그래서 편하게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던 점도 있어요. 또 '짝패' 나 '음란서생'은 분모에서 적당히 멀리 나간 캐릭터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하지만 분자가 너무 멀리 나가면 관객들이 어색하게 느끼시는 거죠."

이범수는 이미 인터뷰에 많은 비유화법을 구사하며 상대의 이해를 쉽게 도모하고 있었다.

대형 배급사의 자존심을 건 연말 흥행 경쟁의 대표 배우가 됐다. 최근 줄줄이 곤두박질 친 특급배우들의 흥행 성적표 얘기를 꺼내자 "어느 누구도 흥행앞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고 제작단계에서의 흥행 예감은 실제 개봉이후 실망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보면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패가 좋은 경우가 흥행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 데뷔이후 쉼없이 한우물을 판 이범수에게서 풍기는 진지함과 성실성은 그의 연기에 대한 생각속에서 비롯된 듯 하다. "열심히 했지만 재능이 없어서 안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은 직무유기 같아요. 오래했다고 느려지거나 둔감해지면 배우하기 힘들어져요. 자꾸 나를 여기저기에 실험해 봐야지요. 아직도 하고 싶고 할게 얼마나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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