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법칙에 충실한 학원물 섹스코미디

제목부터 노골적이다. 친절하다. 영화가 무슨 내용일지 짐작할 수 있다.

분명 그 이면에는 은밀한 호기심과 질펀한 뒷담화가 담겨있을 터이다.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감독 김유성ㆍ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는 학원물 섹스코미디라는 장르의 법칙에 노골적으로 충실하다.

영화는 섹시한 여교생 지영(김사랑)이 엄격한 미션 스쿨에 실습을 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지영은 각각 성향이 다른 세 명의 학생, 태요(하석진) 재성(박준규) 명섭(하동훈)과 학교 축제 공연을 준비하면서 이들의 애정 공세를 온몸으로 방어한다. 사실 공격을 하는 이는 지영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끈적한 시선으로 김사랑의 몸매를 위아래로 끊임없이 훑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여인의 몸을 보고 회가 동하지 않는 사내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길 정도다.

김사랑의 화면 속 육탄 공세는 영화의 주된 볼거리이자 매력이다. 영화 속 지영은 사내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를 아는 듯 하다.

현실 속의 교생이 분명 어려울 게 분명한 섹시하고 화려한 의상으로 자신의 육감적인 몸매를 최대한 드러낸다.

영화 속 결정적 사건은 축제 공연 직후 벌어진다. 한 남녀가 학교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지영과 세 명의 남학생이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영화는 질펀한 성담론을 쏟아놓기 시작한다.

오히려 지영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가운데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다. 사내들의 호기심과 뒷담화가 그녀를 음란한 상상 속의 여인으로 변신시키고 만다.

배경만 학교이고 주인공이 학생일 뿐이지, 사실 이들은 사내, 속된 말로 수컷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이성을 쟁취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성적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그간 섹스코미디와는 달리 민망한 성적 욕설처럼 부담스러운 상황은웃음으로 중화돼 끝까지 유쾌함을 유지한다.

영화의 주인공 김사랑은 위태로워보이지만 극의 흐름에 가뿐 숨을 내쉬며 따라가고 있다. 그래도 그녀의 연기보다 몸매에 시선에 분산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상대 배우, 심지어 극장 관객석에 앉아있는 사내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용케도 받아내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사십줄에 들어선 박준규의 ‘고딩 변신’이 어색할 법도 하건만 오히려 영화의 감칠맛을 살려내는 첨병으로 칭할만하다.

하석진과 하동훈 역시 몇 편의 영화를 통해 쌓아놓은 연기 이력으로 자신의 배역을 충실히 소화해낸다.

영화는 종합선물세트이다. 섹스와 학원 그리고 코미디 등 영화의 소재 혹은 배경으로 쓰인 장치가 한데 버무려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학수학능력평가(이하 수능) 시기에 발맞춘 코드가 아닐까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제로 수능 즈음에 이 같은 영화는 최근 몇 년간 쏠쏠한 재미를 봤다. ‘몽정기’가 그랬고, ‘여선생 vs 여제자’가 그랬다.

수험생이라는 굴레를 잊고 잠시라도 웃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코미디와 젊은 청춘을 위해 성적 판타지를 건드려 주는 미덕은 올해도 변함없을 터이다.

선생보다 어리고 제자보다 성숙한 교생의 등장은 내년 학원물 섹스 코미디의 대상에 누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기대 혹은 우려마저 갖게 만든다.

다만 화끈한 장면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수도 있다. 불행히도 ‘15세 관람가’다. 김사랑의 가슴보다 다리 곡선을 보는 데 만족해야한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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