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비열한 거리'서 열연… '사랑따윈 필요없어' '아이스께끼'서 또다른 변신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냉정한 승부사 이병헌의 앞에 서서 무뢰한들에게 경고의 숫자를 보이던 모습.

‘비열한 거리’에서 조직을 꾸려나갈 꿈을 꾸고 있던 ‘형님’ 조인성을 무자비하게 난자하던 모습.

아직도 영화팬들에게는 ‘진구’라는 이름이 익숙하진 않지만 영화 속 그의 역할은 언제나 강렬한 ‘넘버 3’의 모습이었다.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의 아역을 맡으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진구가 한 때 어리숙한 모습으로 각인되던 시트콤과 영화 ‘낭만자객’ 등을 거쳐 진지한 모습을 보인 것은 그리 오래지 않는다.

“그때는 맡았던 배역들 자체가 어리숙한 설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일단 맡은 배역이니 열심히 하긴 했지만 이미지가 굳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예요.”

'달콤한 인생'과 '비열한 거리' 출연하며 강인한 이미지 구축

하지만 이후 ‘달콤한 인생’과 ‘비열한 거리’를 거치면서 극중 그의 모습은 ‘어리숙함’을 벗고 한껏 남성다움을 뽐냈다.

“두 작품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주인공의 보조자 역할이었죠. 영화 운이 좋았는지 강한 이미지와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나름의 변신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이전 어리숙한 모습을 기억하기에는 두 영화에서의 역할이 너무나 강렬했고 연기와 곁들인 액션 역시 그의 모습을 강해 보이게 만들었다.

“데뷔작인 ‘올인’ 때부터 여러가지 운동으로 몸을 만들었어요. 운동은 거짓말을 안하거든요. 평범한 제 모습을 운동을 통해 다듬을 수 있었죠.”

아닌게 아니라 큰 키는 아니지만 다부진 근육질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은 ‘건장함’이라는 말로까지 표현이 될 정도. 게다가 ‘비열한 거리’를 찍기 위해 무술 훈련을 받으면서 몸은 더 탄탄해졌다.

“영화 촬영 전에 액션 훈련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는 ‘날아다닌다’고 느껴질 정도로 몸이 가벼웠어요. 훈련 중 몸에 부상을 당한 상태이긴 했지만 오히려 촬영이 수월했죠.”

운동에 대한 진구의 애착은 몇가지의 특별한 이유가 있다.

우선 배우로서는 너무 내성적이고 조용했던 면을 가지고 있던 성격이 운동을 통해 외향적으로 단련이 된 것. 은근히 배어있던 조용한 모습을 다른 사람들 앞에 설 수 있게 해준 수단이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운동이 무명시절의 친구였기 때문.

“저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모든게 불확실할 때 거짓말 없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보여주는 운동 덕에 긍정적인 성격도 기를 수가 있었죠.”

'사랑따윈 필요없어'와 '아이스케키' 통해 또 한 번의 변신

그렇게 강인한 모습의 진구. 이번에는 개봉 예정작인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와 ‘아이스케키’에서 조금은 부드러운 모습들로 스크린을 누빈다.

‘아이스케키’에서 진구의 역할은 아이스크림 행상을 나선 어린이들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얼음공장 청년.

당연히 전에 보여줬던 액션이 있을리 없고 부드럽고 듬직한 모습들이 한껏 돗보일 예정이다.

“말수가 없는 역할을 많이 맡아온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나름의 어려움이 있지만 조금은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한술 더 떠 ‘사랑따윈 필요없어’에서는 남자 술집 접대부 역할을 맡았다. 강인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발랄하고 말 많은 접대부의 모습이 자리잡는다.

“지금까지의 역할들과는 반대로 대사가 너무 많아요. 어떤 경우에는 대사가 따로 없어도 상황에 맞게 10줄은 족히 넘을 대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대충 들어도 맡았던, 또 맡고 있는 역할들이 변화의 폭이 제법 크다.

하지만 처음 시트콤과 ‘낭만자객’에 출연했을 때는 “저러다 어리숙한 코믹 캐릭터로 굳는게 아니냐”는 주위의 걱정을 사기도 했고 ‘달콤한 인생’과 ‘비열한 거리’에 연이어 출연했을 때는 “또 조폭 영화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잘생기지 않아서 맡을 배역이 많아"

“걱정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길게 보면 어느 캐릭터로 굳어있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앞으로도 좋은 역할이라면 가리지 않고 감사히 연기할겁니다.”

진구 스스로가 말하는 자신의 장점은 잘생기지 않은 외모.

어찌 들으면 영화배우로서는 단점이 될 것도 같은데 진구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잘생긴 사람은 사람 냄새가 좀 덜 풍기지 않나요. 결국 연기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는거니까 제가 ‘꽃미남’들 보다는 장점이 더 많겠죠.”

‘남보다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 연기에 입문했다는 진구. 그의 연기는 꿈을 한정짓지 않는 ‘진행형’이다.

“이젠 확실한 선택을 했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를 즐기는 여유도 생겼어요. 나는 즐겁게 놀고 있는데 보시는 분도 좋아해주시니 일단 지금은 그런 점이 너무 좋아요.”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