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에 선임된 이종훈 신임회장.
이종훈 제24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회장님께.

먼저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선거전이 한창일 때 경기인 출신 두 후보에게 밀리지 않을까 염려도 했었습니다만, 대의원들은 기업을 경영하시는 이회장님을 절반 가까운 지지(48.6%)로 선택했습니다. 협회의 숙원인 재정적 안정을 마련하는데 경기인 출신보다는 기업인이 낫다는 평가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어깨가 무거우시겠죠.

당선의 기쁨도 잠시, 지금은 향후 4년간 KBSA 발전을 꾀할 중장기 계획 마련에 골몰하고 계시겠죠. 여기에 두가지 조언을 드릴까 합니다.

재정적 안정이 코앞의 과제인 건 분명한데, 사실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회장님의 개인적인 협찬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외부 협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을 운영하시고 사회적으로 아직 저명인사가 아니신 회장께서 대기업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나 이승엽야구장학재단의 이승엽 이사장 등 ‘야구 레전드’를 부회장으로 영입해 역할을 맡기면 어떨른지요. 회장님께서 이들을 직접 만나 간절히 요청을 하면 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취임 일성으로 ‘국제경쟁력 강화’를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야구의 국제적 위상이 떨어지는 마당에 적절한 발언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야구인들이 느끼기엔 내실이 더 중요합니다.

고교야구 선수들은 4년제 대학보다 2년제 진학을 더 선호합니다. 프로 입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래서 2년제 대학 야구팀이 지난해 7개팀, 올해도 7개팀이 창단됩니다. 대학 야구팀이 늘어나는 현상이 마냥 좋아할 일일까요.

프로 입단선수는 매년 120~130명으로 한정돼 있으므로 대학야구선수 출신 졸업생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야구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말입니다. 야구 실업자 양산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또 중고등학교 야구팀은 날씨가 쌀쌀한 2월부터 기술훈련에다 연습경기까지 갖습니다. 낮 기온이 영상 7도 이상이 아니면 선수들이 부상당하기 쉽습니다. 일부 고교 유망주들이 프로 입단하자마자 수술대에 오르는 현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부상 방지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돕는 건 국제경쟁력 강화보다 더 중요한 일입니다.

또 중학교 감독들이 선수나 학부형에게 ‘갑질’을 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적폐를 청산하는데 회장님께서 적극 나서야 합니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2월부터는 전국 각지의 중고대학팀들의 훈련 현장을 찾아 다니시면서 문제점과 해결책을 직접 부딪쳐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골프의 고교동창 대회처럼 야구소프트볼도 고교동창 대회를 신설해 활성화시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너무 한가한 생각입니다.

골프의 고교동창대회는 골프 채널이 벌이는 행사일뿐 골프팬들의 호응을 그다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기없는 소프트볼은 차치하고, 야구 고교동창 대회도 야구인이나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국에 골프장이 500개 넘게 있어 골프 관련대회를 개최하기가 쉽지만 야구 입장에서는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야구장이 매우 제한돼 있습니다. 중고대학 대회와 사회인야구 대회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없습니다. 현재 지방에서만 대회가 열려 야구팬들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는 대학야구 활성화에 주력하는 게 더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변화와 혁신을 기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 우선입니다. KBSA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말이 있듯이 개혁적이고 창의력을 가진 인사들을 한,두명이라도 부회장단 및 참모진에 영입해 정체에 빠져 있는 KBSA에 ‘구원의 닻’을 내려주시길 앙망합니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가 1월 8일 경남 양산시에 있는 학교 평생직업교육관에서 야구부 창단식을 열고 있다. 왼쪽이 이문한 감독.

*지난 8일 창단한 동원과학기술대(2년제) 야구부의 이문한 감독(60)은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롯데-삼성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은퇴후 국내및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로 활동했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국제편성부 부장, 한국 롯데 자이언츠의 운영부장을 지내 육성과 훈련 시스템을 폭넓게 경험했다.

이 덕분에 이 감독은 취임초부터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학팀들은 오전, 오후 훈련을 마친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하지만 동원과기대 선수들은 아침 식사 1시간후인 8시30분부터 웨이트 훈련장으로 간다. 훈련전 웨이트 트레이닝이 운동효과를 높이고 훈련시 부상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이문한 감독은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한 것은 당장의 경기력보다 프로에서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다. 쌀쌀한 날씨에는 절대로 투구, 타격 등 기술훈련을 하지 않는 것도 프로 맞춤형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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