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윌리엄스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만약 고척돔이 없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난 19일 오후 6시30분 무렵 잠실 구장 기온은 영상 2도였다. 기상청은 체감 온도 영하 1도라 측정했지만 쌀쌀한 바람이 약간 불어 실제 체감 온도는 영하 2~3도였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고, 또 실내구장인 고척돔이 없었다면 이날 잠실구장에서는 두산-NC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렸어야 했다. 양팀 선수들은 벌벌 떨면서 연습과 경기를 했어야 했고 덕아웃에서 선수들은 롱패딩 차림이었을 것이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영상 7도 이하에서 타격과 투구를 하면 그 충격으로 선수들의 어깨와 팔꿈치의 뼈와 근육은 부상을 당하고 또 수술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다행히 고척돔에서 경기를 해 부상및 수술 위험은 없어졌지만 올시즌을 돌이켜보면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많았다.

먼저, 시즌이 평년보다 한달 보름 늦게 개막되는 바람에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사상 최장인 54일의 장마로 경기장에서 기다리다 툭하면 취소되고, 비를 맞으며 경기를 하고 비로 중단된 경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하고....

메이저리그처럼 연장전 없이 10회 무사 2루에서 승부치기를 했다면 체력 부담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거기에다 월요일 경기까지....

지난 9일의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는 고척돔에서 열렸지만 지난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LG-KT)과 4,5일 두차례의 준플레이오프(두산-LG)는 모두 쌀쌀한 날씨의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지난 4일 잠실 구장은 하얀 입김이 날 정도여서 체감 온도는 영하 1도 정도였다.그럼에도 두산-LG 양팀 선수들은 승리를 향해 힘껏 던지고 치고, 달렸다.

이처럼 올시즌을 돌이켜보면 어느 해보다 부상 위험이 큰 한해였다. 그렇다면 모든 팀들은 시즌후 선수들의 부상여부 진단을 철저히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예외없이 마무리훈련을 하고 있다.

마무리 훈련? 뭘 마무리한다는 것이지? 시즌이 끝나는 그 자체가 마무리 아닌가? 한해 농사가 끝났으면 농부들은 들녘을 겨우내 내버려둔다. 이와 마찬가지로 7개월 가까운 시즌을 힘들게 보냈으면 선수들을 바로 쉬게 내버려둬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두팀을 제외한 8개 구단은 11월 중순부터 말일까지 보름간의 그 짧은 기간을 활용한다며 예외없이 마무리훈련을 하고 있다. 어느 해보다 힘든 한해를 보냈으면 훈련없이 쉬어야 함에도 부상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그나마 체력훈련만 하면 다행이지만 기술훈련을 곁들이니 그게 문제다(날씨가 쌀쌀할 내년 2월 스프링캠프도 걱정이다).

하지만 예외인 구단이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 사령탑 출신인 맷 윌리엄스감독이 이끄는 기아 타이거즈. 메이저리그는 시즌이 끝나면 선수단은 클럽하우스에서 ‘굿바이’를 하고 이듬해 2월 중순까지 개인 시간을 갖는다.

윌리엄스감독 역시 10월 30일 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선수들과 작별을 고하고 싶었지만 한국야구의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할수없이 마무리 캠프를 운영하지만 훈련기간은 단 보름이다. 1주일 가운데 월수금만 훈련한다. 훈련시간은 2시간 30분이다. 그것도 모두 체력 훈련이다. 컨디셔닝, 코어강화 훈련, 러닝, 웨이트트레이닝만 한다. 공이나 방망이는 잡지 않는다. 물론 수비펑고도 없다.

윌리엄스 감독은 "마무리 훈련은 (몸의) 재충전과 리빌딩의 기간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선수들이 긴 시간 몸을 썼다. 힘과 근력을 키우고 컨디셔닝에 집중할 것이다. 투구, 타격, 펑고 훈련은 없다. 또 정신적으로도 휴식을 주는 시간이다. 잘한 선수는 내년 준비를, 못한 선수는 내년 계획을 만드는 시간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윌리엄스감독의 이같은 훈련방식은 선수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주면서 스스로 내년 시즌용 몸과 체력을 완벽하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기아 선수들이 ‘가을 힐링 캠프'로 어느 팀보다 부상이 없는 겨울을 보내고 내년 스프링캠프를 충실히 보낼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올해 못들었던 5강 진입을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윌리엄스 감독은 "예년과 다른 훈련이겠지만 분명히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24일 자정부터 수도권및 호남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강화된다. 일부 지역은 1.5단계로 높여진다. 야구단 훈련은 여기에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선수단및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마무리훈련은 23일을 끝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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