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선수들이 지난달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시엄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연장 10회 말 승부치기에서 터진 맷 올슨의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상 첫 5월 개막전, 사상 첫 무관중 경기에 이어 사상 첫 12월 한국시리즈(KS)가 펼쳐지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4월말 올시즌 경기 일정을 발표하면서 11월 2일 시즌 종료, 11월 28일 KS 7차전을 계획했다.

그러나 6월 이후 우천으로 8월 2일 현재 무려 39경기가 취소돼 추후 일정으로 잡힘에 따라 시즌 종료일과 포스트시즌 일정이 모두 뒤로 밀리게 됐다(거기에다 4일까지 중부지방 물폭탄 등 전국이 10일까지 장마권, 태풍 하구핏 북상중).

월요일 경기, 더블헤더 편성 등 ‘비상 수단’을 써도 11월말 이전 KS 포함, 전 일정 소화는 힘들어졌다. 따라서 12월 초~중순까지 포스트시즌이 이어지게 되는 것. 11월 중순만 해도 낮 최고 기온이 영상 7도 안팎으로, 옥외 경기일 경우 부상 위험이 크지만 ‘전천후’ 고척돔이 있다는 게 천만다행한 일이다.

KBO는 11월 15일 이후 포스트시즌 경기부터는 고척돔에서 개최하도록 4월말 일정 발표때 결정했었다. 키움을 제외한 팀들이 고척돔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를 경우, 모두 중립경기여서 불리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사태여서 불가피한 상황이다.

어쨌든 월요일 경기, 더블헤더 편성으로 11월 10일 이전 페넌트레이스를 마치려면 모든 팀이 반환점을 도는 이번주부터 90여일간 빡빡한 일정의 ‘지옥의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지옥의 레이스? 그렇다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방법이 없을까. 답은 있다. 메이저리그(ML)처럼 연장전을 치르지 않고 대신 승부치기를 도입하면 된다.

ML은 9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10회초부터 무사 2루 상황을 만들어 승부치기로 승패를 결정짓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교야구에 승부치기를 도입하고 있지만 일반 팬들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그러나 더위와 힘든 원정에 지친 KBO리그 선수들에겐 승부치기가 ‘가뭄의 단비’격이 될 수 있다. 연장전 격전으로 인한 체력소모를 줄일수 있는 탓이다(두산과 NC는 지난 1,2일 연속으로 연장 10회 4시간 17분, 12회 4시간 25분의 대접전을 치렀는데 이 후유증이 향후 순위싸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여간 승부치기는 피로누적 방지에다 경기 시간을 감소시킬뿐 아니라 승부를 짜릿하게까지 만든다.

ML은 지난달 25일 개막전부터 승부치기가 펼쳐졌다. 오클랜드 맷 올슨은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10회말 장쾌한 만루홈런을 터뜨려 승부치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야구 본고장인 ML에서 전격 도입한 만큼, KBO리그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KBO는 시즌내 도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시즌중 규칙을 바꾸지 않는다는 방침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너무 한가한 결정이다. 각팀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고 수준낮은 플레이가 계속되는데도 ‘연장전 고수’를 고집하는 건 직무유기에 가깝다.

경기수준이 얼마나 낮아졌는가는 득점이 잘 말해준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은 9.09였으나 올해 6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121경기에서는 11.22로 높아졌다. 무려 23.1%가 늘어난 것. 각팀 투수력이 바닥난 만큼 앞으로 득점은 더 높아져 팬들에게 실망을 안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연장전대신 승부치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KBO 수뇌부및 각 구단 사장들의 조속한 결정을 기대한다.

최원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30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위원회는 선수 간 체벌 사건을 KBO 사무국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 징계만 내린 SK에 벌금 2000만원을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KBO 상벌위원회는 선수간 체벌을 알고도 신고않은 SK 구단에 벌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했다. 왜 솜방망이 징계라는 보도가 나왔느냐 하면 선수들간 폭행, 선수의 음주운전 사실을 숨긴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징계가 너무나 약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비위사항이라면 규약 150조 2항에 따라 1억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하는 게 마땅하다.

이런 징계 경감의 배경에는 SK 출신 2명의 상벌위원이 있지 않을까. A위원은 SK 1,2군 감독 출신이고 B위원은 SK 운영본부장과 단장으로 15년간을 근무했다. 이들이 SK 구단의 부탁을 받은 건 아니겠지만 인정상 ‘친정팀’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을 개연성은 크다.

그렇다면 상벌위원 선정과 규칙에 문제가 있다. 구단 및 선수의 징계시 해당 구단 출신의 감독과 간부 출신의 위원은 제척(除斥)대상이 돼야 한다. 제척이라는 재판제도를 원용할 필요없이, KBO리그에서 아들이 출전하는 경기에 아버지인 심판위원은 주심을 맡지 않도록 하는 내부규정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징계를 심의할 때마다 해당 위원을 배제할순 없으므로 향후 상벌위원에는 감독, 코치와 구단 간부 출신은 선임하지 않는게 공정한 처사다.

이번 기회에 상벌위원수를 5명에서 7명으로 늘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지난달 30일 상벌위원회는 SK 구단의 복잡한 사안을 심의한데다 ‘미성년자 교제 의혹’의 롯데 지성준 징계까지 결정해 심도있는 논의와 심의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날 상벌위원회에는 위원장 포함, 단 3명이 참석해 심의의 신뢰성을 크게 낮췄다(불참한 2명은 서류로 의견 제출). 모방송의 스포츠뉴스에 3명이 논의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를 본 야구인과 팬들이 과연 적절한 징계라고 여겼을까.

또 상벌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위원 1,2명이 불참한 경우가 많았으므로 위원을 7명으로 늘려야 회의의 무게감이 있어 보인다. 이번처럼 3명이 논의를 하는 것은 심의 결과의 공정성과 신뢰를 크게 낮출 수밖에 없다.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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