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프로야구가 개막했지만 왼손투수 부재로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명투수를 키워내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절질한 상황이다.

요즘 야구 관계자들은 걱정이 많다. 페넌트레이스 반환점도 돌지 않았는데 각팀마다 투수력이 바닥나다시피해 경기 수준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KBO 리그를 대표하는 국내파 투수들을 살펴보자.

좌완 에이스는 김광현(SK), 양현종(기아)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우완 에이스는? 결론부터 말하면 ‘없다’다. 이영하(두산, 7승 1패), 장민재(한화) 김동준(키움, 이상 6승 3패)이 다승 선두권을 달리지만 에이스라고 칭하기는 이르다.

선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간계투, 마무리가 약해 경기 중후반으로 접어들면 전세가 뒤집히는 일이 적지 않다.

투수력은 왜 해가 갈수록 나빠지는 것일까? 한마디로 자원이 부족한 탓이다. 초중고팀에서는 기본기를 철저히 갖추기보다 실전용 선수 육성에 집중하다 보니 프로에 입단해서 제대로 성장을 못하고 있다. 프로 입단후 코치들이 투구폼과 습관을 고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괜찮은 대졸 투수들이 있었지만, 이젠 기대를 완전히 접어야 한다. 한국대학야구연맹은 토,일요일에 열리던 U-리그 일정을 올해부터 금요일 하루로 고정시켰다. 투수들이 잘해야 1주일에 한번 등판하는 것.

매 경기를 한 투수 혼자서 던질 수 없으니, 어떤 투수는 2,3주일에 한번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프로팀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훈련을 열심히 해도 실전 감각이 없으면 쓸만한 투수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건 웬만한 야구팬도 알고 있다. 해마다 수십명에 달하는 대졸 투수들이 프로에의 길을 접어야 하는 건 야구계로서는 엄청난 손실이다.

고교 투수들도 주말 경기에다, 투구 제한까지 있으니 선동열, 최동원같은 대형 투수 출현은 이제 꿈도 꾸지 못한다.

또 하나의 원인은 부상선수가 많은 탓. 초중고 대학 선수들은 비용 때문에 프로팀처럼 겨울 전지훈련을 외국이나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소 쌀쌀한 날씨의 2월에도 훈련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영상 7도 이하의 기온에서 투구 훈련이나 경기를 하면 근골격계 부상 위험이 크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매년 2월 영상 7도 이하의 차가운 날씨속에서 훈련과 경기를 병행하는 초중고 대학 선수들은 프로 입단 전부터 팔꿈치, 어깨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각 프로팀 코치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신인 투수 10명중 5~6명은 수술을 했거나 수술을 해야 할 처지에 있다”고. 초중고와 대학 시절 혹사를 당하니, 막상 기량을 발휘해야 할 프로에 들어와서는 부상 선수 명단에 오르게 되는 것.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대한야구협회)는 부상 예방을 방치하다시피해 부상 선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무관심하긴 마찬가지.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의 젖줄이므로 대한야구협회와 원활히 협의해 선수 육성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정운찬(왼쪽) KBO총재와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양 기구 수장들의 건설적인 만남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양 기구의 수장이 야구계 문제점과 개선책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없다. KBO 산하 기구인 육성위원회도 좀더 활발하게 투수 육성에 나서야 한다.

세 번째는 프로팀들의 비효율적인 투수 육성이다. 메이저리그 LA다저스는 한양대 2년생이던 박찬호가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던지자 1994년, 100만 달러의 계약금으로 전격 스카우트했다.

하지만 박찬호의 투구 동작이 너무 커 제구력이 안된다고 보고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투구폼을 철저히 다듬게 해 아시아 선수로는 최다인 통산 124승의 에이스로 탄생시켰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정반대다. 투수 자원이 부족하다보니, 초고교급 투수가 입단하면 바로 1군에 투입시킨다. 초고교급이라 해도 18~19세로 야구선수로서는 애송이다. 제대로된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퓨처스 리그를 1~2년 거쳐야 한다.

KT 엄상백을 예로 들자. 엄상백은 2014년 덕수고 3년 때 무려 5승을 거둬 대형 투수로 엄청난 각광을 받았다. 2014년 창단, 이듬해 1군 무대에 데뷔한 KT는 엄상백을 곧장 실전에 내보냈다. 엄상백은 첫해는 5승 6패로 겨우 버텼으나 이듬해부터 3년간 각 1승에 그쳤고 올해는 겨우 14 1/3 이닝을 던졌다(2승 2패, 평균자책 13.19).

올해 신인인 롯데 서준원은 지난해 경남고 시절 최고 시속 152km의 강속구를 던져 초고교급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19세의 신인이 프로의 내로라하는 타자들을 상대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최소 1년은 퓨처스리그에서 제구력, 타자와의 수싸움, 주자 견제 등을 철저히 익혀야 하나 팀이 꼴찌를 하는 마당에 1군 선발용으로 긴급 투입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준원은 올해는 엄상백처럼 5승 정도를 거둘 수 있겠지만(10일 현재, 1승 3패) 내년부터는 엄상백의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다. 한의학에서는 입을 벌리고 동작을 하면 기(氣)가 빠져 집중력을 잃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투수 코치들은 서준원이 입 벌린채 투구하는 버릇부터 고쳐야 컨트롤이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혹자는 SK 하재훈(29)의 성공사례를 말할 것이다. 하재훈은 2009년부터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 독립리그를 전전한 끝에 올해부터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팀의 특급 마무리로 변신해 10일 현재 5승(1패) 14세이브 3홀드를 기록,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하재훈은 엄격히 말해 ‘육성’이 아닌 ‘발굴’ 케이스다.

SK가 9년간 꾸준히 관심을 가져 스카웃된 것이지 야수였던 그를 투수로 키운 건 아니다. 하재훈이 올시즌 눈부신 피칭을 보이는 건 반갑지만, 애초 팀은 그를 1년간 투수로 적응할수 있게 키운다는 계획이었으므로 예상밖의 빠른 투입이 그의 앞길에 장애물이 될지 모른다.

이처럼 투수 부족과 이에 따른 경기 수준 미달로 프로야구의 미래가 어두운 실정인데도 KBO와 대한야구협회는 남의 일인양 뒷짐을 지고 있다.

올해는 연 관중이 2015년 이후 4년만에 700만명대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 여기에다 이어지는 경기 침체와 소득 감소, 저출산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면 프로야구의 앞날은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발등 위에 불이 있을 때 불을 제거해야지, 불이 발등에 떨어져서야 뜨겁다고 느끼면 참으로 미련한 짓이다. KBO와 대한야구협회는 왜 TF(테스크포스트)팀을 서둘러 가동시키지 않을까. 양 기구가 손을 잡고 지난해 12월 발족시킨 ‘한국야구미래협의회’는 6개월 동안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채 ‘개점휴업’ 상태여서 혁신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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