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미국에서 자기 관리와 멘탈 강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이학주가 지난 9월 2019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하지만 이학주는 그로부터 두 달 후 과거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삼성은 지난 14일 “익명으로 언급된 2017년 5월 음주운전 적발 프로야구 선수가 이학주임이 확인됐다”며 “제보 접수 이후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이학주에게 확인 절차를 거쳤고 선수가 사실 관계를 시인했다”고 발표했다.

이학주는 구단을 통해 “독립리그를 그만둔 뒤 한국에 와서 경력 단절에 대한 걱정을 하던 시절에 잘못을 저질렀다”며 “크게 후회하고 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학주는 2013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승격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 해 트리플A에서 표본은 15경기 뿐이지만 타율 4할2푼2리 1홈런 7타점 13득점 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136을 기록할 만큼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러나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태클에 큰 부상을 당했고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재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듬해부터 복귀해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승격에 사활을 걸었고, 2016시즌 트리플A 47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 3홈런 12타점 19득점을 기록하며 희망을 품어봤으나 결국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8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다소 허무하게 마친 이학주는 KBO리그의 해외파 유예기간 규정에 묶여 그 사이 몸을 만들기 위해 일본 독립리그로 발길을 돌렸고, 결국 2년이 흘러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이학주는 신인드래프트 당시 국내 유턴은 미국 야구에 도전했을 때부터 꿈꿔왔던 본인의 미래였음을 밝힌 뒤 “메이저리그 합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을 당시 부상을 당했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초반에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더욱 간절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돌아봤다.

물론 이학주가 이 당시 언급한 간절함은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었던 열망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국내 유턴 역시도 그에게는 간절했던 그 다음 목표였다.

실제 이학주는 “2년 간 개인 운동을 하며 팀에 합류해 운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느꼈다. 부모님께 그동안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앞으로는 좋은 날들만 펼쳐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간절했던 꿈을 이룬 기쁨과 앞으로의 굳은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학주는 간절함을 가지고 개인 운동을 했다고 밝힌 그 시기에 음주 운전 적발이라는 큰 사고를 쳤다. 경력 단절을 걱정한 시절이었다던 그의 첨언은 결코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을 숨겨왔을 뿐 아니라 이후 한국에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에도 그는 간절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특히 그는 신인드래프트 인터뷰에서 미국 생활 동안 배우고 느낀 점에 대해 “자기 관리와 멘탈 강화”라고 밝히기도 했다. 약 2개월이 흐른 현재 당시의 발언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주 적발 당시 일반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KBO 차원의 징계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 역시 현재까지 내부 징계와 관련해서는 결정을 내린 부분이 없다. 과거 정형식이 2014년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일으키고 구단에 이같은 사실을 숨긴 것이 드러났을 때 임의탈퇴 처분을 내린 적이 있는 삼성이지만 이학주 사건의 경우 입단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내부 중징계가 내려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징계 여부를 떠나 새출발을 알리기도 전에 큰 오점을 남겼다. 그라운드에서 뛸 기회가 곧바로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음주 운전 사실을 숨긴 선수라는 꼬리표는 평생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이학주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