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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애증의 송은범이잖아요.”

지난 4월11일 KIA전 수훈 선수로 꼽힌 한화 송은범이 경기를 마치고 직접 남긴 말이다. 본인이 애증의 존재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SK 시절의 영광을 뒤로하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송은범이 남긴 성적은 처참했다.

2015년 그가 한화 유니폼을 입은 당시 팬들은 KIA에서의 2년 간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기를 기원했다. 송은범을 누구보다 잘 활용했던 김성근 감독 밑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송은범은 한화 팬들에게도 큰 실망감을 안겼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시즌 동안 그가 남긴 성적은 76경기 4승24패 2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6.62.

4년 34억원의 FA 대우를 받았을 뿐 아니라 보상 선수로 KIA에 둥지를 튼 임기영이 지난해 KIA 통합 우승에 큰 힘을 보태면서 송은범에 대한 비난 역시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올시즌 송은범은 제2의 전성기를 보내며 한화 마운드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총 68경기에 등판해 7승4패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으며 이태양과 함께 팀 내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79.1이닝을 책임졌다.

무엇보다 투심을 장착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땅볼 유도형 투수로 거듭났다. 실제 땅볼/뜬공 비율 2.73(땅볼 120개, 뜬공 44개)을 기록해 7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올해 기록한 피홈런 역시 단 2개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한화 팬들은 “또 속지 않겠다”며 송은범에게 여전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송은범은 지난 3년 간의 승패마진 -20을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독한 각오로 마운드에 섰다. 물론 이 목표를 아직 완벽히 이뤄내진 못했지만 시즌 내내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그동안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한화는 송은범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무엇보다 한화가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만큼 큰 무대에 오른 경험을 가진 선수가 많지 않다. 마운드에서는 송은범과 함께 정우람, 권혁 등 FA를 통해 영입한 선수들이 결국 중심을 잡아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송은범은 전형적인 ‘빅게임 피처’이기도 했다. 물론 이 역시 전성기를 누렸던 SK에서 이룬 오랜 과거의 성과이긴 하지만 포스트시즌 통산 16경기에 등판해 4승2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11(42.2이닝 10자책점)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국시리즈에만 12경기에 나서 3승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 SK가 2000년대 후반 왕조로 우뚝 서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올해도 정규시즌에 ‘제2의 전성기’나 다름없는 활약을 펼친 만큼 송은범에게 높은 기대가 모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송은범은 넥센과의 맞대결에서도 7경기에 등판해 7.1이닝 1자책점, 평균자책점 1.23의 좋은 활약을 선보인 바 있다.

송은범에게 주어질 역할은 정규시즌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드 시 정우람 등판에 앞서 넥센의 반격을 차단하고, 때로는 근소한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도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호투를 선보이는 역할이다.

그러나 샘슨과 헤일이 시즌 막판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고, 토종 선발진은 더욱 아쉬운 모습을 노출했기 때문에 변칙술의 중심에 송은범을 앞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그에게 최근 메이저리그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오프너’의 역할을 맡기거나 혹은 선발을 빠른 타이밍에 내리고 롱릴리프로 오랜 이닝을 책임지도록 활용해 승부수를 던지는 방식이다.

송은범은 올해 1이닝을 초과한 경기만 23차례에 달했고, 통산 커리어에서 선발 경험 역시 풍부한 선수다. 한화가 투수 운용에 변칙을 둘 경우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자원이다.

정규시즌의 활약만으로는 아직 마음의 빚을 모두 갚지 못한 송은범이다. 그가 가을야구에서 더욱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한화에서도 영광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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