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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잡으라고 올렸는데 터지니까...”

류중일 감독이 언제쯤 근심을 지울 수 있을까. LG 마운드가 또 힘없이 무너졌다.

LG는 지난 1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8-13으로 패했다.

이 패배로 LG는 8연패 탈출 이후 연승을 이어가지 못한 채 54승57패1무가 됐다. 4위 넥센과의 승차도 2.5경기까지 벌어졌다. 올시즌 넥센전 9연승을 질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뼈아픈 참패였다.

경기 중반까지 물고 물리는 접전을 이어갔지만 결국 뒷심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쪽은 넥센이었다.

LG 타선은 최근 2경기 도합 20점을 뽑아내며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마운드가 여전히 큰 문제다.

후반기 6승16패에 그쳐 있는 LG는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 7.12로 전체 최하위에 놓여 있다. 8월에는 평균자책점 8.64로 마운드가 더욱 흔들리고 있으며 1승8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경기 전 류중일 감독은 선발 임찬규의 활약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넥센과의 상대전적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경기마다 선발투수가 바뀔 뿐 아니라 선수들의 최근 컨디션 등 승패를 좌우하는 변수가 많다는 것.

특히 넥센 타선이 최근 워낙 뜨거운 화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임찬규가 그 기세를 틀어막아야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류 감독은 이어 “선발이 6회까지는 던져줬으면 좋겠다”면서 “이닝 당 투구수가 20개면 5회에 이미 100개가 찬다. 하지만 이닝 당 15개의 공을 던질 경우 7회까지도 버틸 수 있다. 전자는 불펜이 4이닝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오래 이닝을 끌어주는 것이 결국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임찬규는 4.1이닝 6실점이라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떠나서 류 감독이 강조했던 효율적인 피칭과도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1회에만 24개의 공을 던졌고, 2회까지 투구수가 59개에 육박했다. 3회부터 그나마 빠른 승부가 이뤄지는 듯 했지만 결국 5회를 버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올시즌 임찬규는 이닝 당 투구수 17.8개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총 26명의 투수 중 24위에 머물러 있다.

불펜 역시 류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5번째 투수 신정락만이 1.2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을 뿐 윤지웅(0.1이닝 1실점), 문광은(0.2이닝 3실점), 진해수(1이닝 3실점)가 내리 무너지면서 넥센 쪽으로 승기를 넘겨줬다.

LG 타선 역시 넥센 선발 브리검(6이닝 7실점)을 공략했기 때문에 불펜 난조는 더욱 아쉬운 대목. 피홈런도 문제였지만 볼넷 남발과 함께 불필요한 출루를 허용하면서 실점 역시 더욱 불어났다.

류중일 감독은 “투수를 교체한다는 것의 의미는 결국 뒤에 올리는 선수가 더 낫기 때문에 내보내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한 뒤 “잡으라고 올렸는데 반대로 터지니까 감독 입장에서는 참 힘들다. 물론 바꿔서 무너질 때도 있고, 안 바꾸다가 무너질 때도 있는데 결과론에 의해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투수 교체라는 것이) 쉽지 않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류 감독은 최근 괴로운 심정을 ‘호수 위 백조’에 비유했다. 겉으로 봤을 때에는 평온하게 관망만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수면 밑에서는 어떻게든 발버둥 치며 버티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표정 관리조차 쉽지 않다. 가슴이 끓어오를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팬들의 비판에 대해서만큼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 감독은 “너무 과도한 비난은 물론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조용한 것은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의미 아니겠나. 팬들의 열성적인 부분에 대해 늘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경기 전 바람과 달리 선발과 불펜 어느 쪽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 역시 또 한 번 조용히 한숨을 내뱉은 채 경기장을 떠났다. 류중일 감독의 얼굴에 언제쯤 환한 미소가 번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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