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전원 프로선수로 구성돼 많은 뒷말을 낳고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야구 대표팀. 당시 대표팀에는 대학선수 1명이 포함됐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제2차 세계대전후 신생국이 많이 생긴 아시아 대륙은 올림픽에 못지 않는 종합스포츠 제전 창설에 합의,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아시안게임의 첫 성화를 올렸다. 하지만 67년이 지난 지금은 각 나라들의 참여 열기가 떨어져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은 88올림픽의 전초전인 1986년 서울대회 때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이제는 좀 과장되게 이야기해서 국민들의 관심과 열의가 전국체전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열기가 식은 것은 성적과도 연관이 있다. 일본이 1회부터 8회까지 종합 1위를 석권한 데 이어 중국이 9회부터 17회 대회(2014년 인천)까지 9회 연속 ‘1위 싹쓸이’를 하고 있어 TV 중계의 스포트라이트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17회 대회에서 한국은 2위를 차지했으나 안방 개최의 잇점에도 중국과의 금메달 개수가 거의 더블 스코어인 ‘151대 79’로 크게 벌어져 금메달의 빛이 바래지고 있다. 개인이든 단체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도 관심이 없어진 것.

이런 상황인데도 유독 한국야구위원회(KBO)만이 금메달 1개 사냥에 목을 매달다시피 하고 있다. KBO는 오는 8월 18일 열리는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24명)를 전원 프로선수로 구성했다. 거기에다 8월 16일부터 9월 3일까지 리그 중단의 조치까지 취했다.

먼저 대표선수 구성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일본은 전원 사회인 야구팀, 대만은 한국 프로야구팀(NC)에서 뛰고 있는 왕웨이중과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회인 야구팀에서 선발했다.

일본과 대만은 당연히 프로리그 중단이 없다. 그런데 왜 한국만이 전원 프로 1군 선수 대표에 리그 중단이라는 초강력 전략으로 나올까?

금메달은 빛이 바랬지만, 병역 면제라는 엄청난 특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올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프로 대표중 병역 미필자는 24명중 단 7명이다. 이 7명의 병역 면제 뒷바라지를 위해 17명의 프로 동료들이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빛바랜 명예’를 위해 온몸을 던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리그 중단이다. 7명의 병역 면제를 위해 왜 애꿎은 프로야구 팬들이 ‘볼권리’를 무시당해야 할까. KBO 규약에 ‘리그 중단’이라는 사항이 있는지 찾아봤으나 어디에도 없다.

리그 중단이라는 중차대한 사항은 총회에서 의결돼야 하는데 현 규약에는 실행이사회(단장회의)에서 익년도 경기일정을 짜며 리그의 일시 중단을 결정하면 그만이다. 국가행사 참여라는 명분이 있지만 각 야구단 단장들이 리그 일정 조정을 통한 리그 중단을 결정한다는 것은 규약상의 큰 허점이다.

리그 중단의 또 다른 문제는 전체 리그의 순위판도를 요동치게 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상위팀에서 대표 선수가 많이 차출된 만큼 ‘아시안게임 브레이크’이후 막판 레이스에서 상위팀이 처지고 중하위팀이 성적 만회를 할 가능성이 높으니 이런 불합리한 리그 운영이 어디 있나.

팀마다 5강 이상 확보, 나아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외국인 선수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수백억원을 들이고 또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땀을 쏟는다. 기형적인 리그 중단으로 막판에 순위가 요동친다면 지나가는 어린이 팬들도 웃을 일이다. 아시안게임 대표들은 다른 선수들보다 시즌이 보름이나 길어져 피로도 축적으로 포스트시즌의 큰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리그 일정이 순연이 돼 날씨가 쌀쌀한 11월 초에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것도 우승 결정의 작지않은 요인이다.

대학야구 선수들의 휴식권과 시설확충을 촉구하는 선수 학부모들이 매주 경기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대학야구연맹 제공
아시안게임 대표에 대학야구 선수가 한명도 뽑히지 않은 것도 엄청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KBO 관계자들은 아마야구는 프로야구의 젖줄이라고 틈만 나면 강조하면서 정작 아마야구를 살릴 기회에서는 외면한다. 이에 대학야구 감독들은 매우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학야구연맹 회장단과 감독들이 KBO 항의방문을 벼르고 있지만, 이는 메아리 없는 외침이요 ‘찻잔속의 태풍’이다.

A대학 감독은 “프로 신인 1,2차 지명에서 대학 선수가 크게 외면될 정도로 대학야구가 고사(枯死) 직전에 있는데, 아시안게임 대표에 한명도 선발되지 않은 것은 팀을 해체하라는 말과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대학야구 선수들은 평일에 수업을 받고 주말 리그에 출전하고 있다. 그나마 리그를 벌일 구장을 찾지 못해 지방을 전전하고 있는 참담한 실정이다. 오죽하면 학부모들이 경기장에서 “대학야구 선수들 휴식권 보장및 대학야구 시설확충!”이라는 피켓 시위를 벌일까.

대학야구 선수가 한명도 선발되지 않은데 대해 선동열 아시안게임 감독은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연맹회장에게 “금메달을 꼭 따야 하는 입장이라 양해해 달라”고 읍소를 하다시피했다. 이에 김 회장은 한마디 언급없이 꿀먹은 벙어리였다는데 이는 아마추어야구 행정의 총수로서 직무를 태만히 한 것이다.

선동열 감독의 핑계도 옹색하다. 우승을 다투게 될 일본과 대만이 거의 사회인야구 수준이라면 우리는 적절히 전력을 꾸며도 당연히 1위를 차지하게 된다. 더구나 병역 특혜라는 당근이 있지 않은가.

병역 미필 7명과 역시 병역 미필인 퓨처스리그 선수, 거기에 대학야구 유망주들로 대표팀을 구성하면 아마 100%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명예를 위해 뛰는 일본, 대만 선수들과 달리 한국 대표들은 병역 특혜를 위해 그야말로 사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사회인 야구선수를 상대로 따낸 금메달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프로야구 1군 선수가 10개팀에서 7명만 차출되면 리그 중단을 할 필요가 없다. 소속 선수들이 금메달을 차지해 병역 면제가 된다면 팀 전력에 큰 플러스 요인이므로 각 팀에서 대표 선발을 반대할 명분이 하나도 없다.

하여간 프로 전원 대표팀 선발과 리그 중단은 야구의 중장기 발전과 페넌트레이스를 통째로 흔드는 더할 나위없는 악수(惡手)다. 소탐대실(小貪大失), 혹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전형적인 사례라 아니할수 없다.

추후 KBO에서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의 병역 면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재검토해야 하겠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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