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영양가 만점이다. 이성열이 외야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려 보내면 한화의 승리 가능성도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한화는 지난 1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6-2로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한화는 37승27패를 기록해 3위 SK, 4위 LG와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리는데 성공했다. 한 때 4위로 내려앉으며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끈끈함을 앞세워 2위 경쟁에서 다시 우위를 점하는 저력을 발휘 중이다.

한용덕 감독의 언급처럼 특정 선수가 부상 또는 부진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또 다른 누군가가 그 공백을 깔끔히 채워주는 것이 현재 한화 돌풍의 최대 원동력이다.

그러나 반짝 활약이 아닌 시종일관 안정적인 모습으로 무게 중심을 잡아줄 선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마운드에서 정우람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면 타석에서는 이성열이 해결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성열은 전날 경기에서도 2-2로 팽팽히 맞선 8회 이보근의 3구째 시속 144km 높은 속구를 통타,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포를 때려냈다. 비거리 135m의 초대형 홈런. 8일 SK전 멀티포 이후 3경기 만에 짜릿한 손맛을 느끼며 시즌 12호 홈런 고지를 밟았고, 결국 이날 한화 승리를 이끈 결승타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제는 이성열의 홈런이 한화의 승리 공식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전 멀티포가 있었기 때문에 총 12개의 홈런이 11경기에서 나온 가운데 한화는 해당 경기 무려 10승1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했다.

5월20일 LG전이 이성열의 홈런이 터진 상황에서도 한화가 패한 유일한 경기다. 5점 차로 크게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8회 추격의 솔로포를 쏘아올렸지만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이성열 역시 평소와 달리 한용덕 감독의 가슴을 강타하지 않고 가볍게만 터치하며 기쁨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외의 경기에서는 이성열의 홈런이 모두 팀 승리를 불러왔다. 대부분 극적인 순간에 터졌다는 것을 더욱 주목해야 한다.

4월8일 KT 고영표를 상대로 터뜨린 시즌 1호 홈런의 경우 대역전 드라마의 출발점이나 다름 없었다. 3회까지 0-6으로 초반 기싸움에서 완전히 밀리고 있었지만 4회 2사 후 스리런포를 쏘아 올리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결국 연장 혈투 끝에 한화가 12-8로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 시범경기에서 사구 부상으로 종아리 부분 파열 진단을 받는 악재가 있었지만 복귀전에서 이같은 장면을 연출하며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후 4월까지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성열은 5월에만 7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한화가 한 달 동안 17승8패의 고공 비행을 하는 중심에 섰다. 올시즌 총 12개의 홈런 가운데 3점 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터진 것만 무려 9개.

단지 홈런 뿐 아니라 한화가 승리한 경기에서 이성열은 타율 3할8푼5리로 팀 내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장타율 역시 7할1푼8리로 호잉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극적인 순간 많은 홈런을 기록한 만큼 이성열은 승리 수훈 선수로 선정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인터뷰마다 그는 생존을 위한 집중 및 긴장감 등을 강조한 뒤 "후배들이 좋은 활약을 해주는 것이 팀 상승세의 요인"이라며 자세를 낮춘다.

하지만 덕아웃 분위기를 들끓게 만드는 등 경기 흐름을 미묘하게 뒤바꾼 상당수의 장면이 이성열의 홈런에서 비롯됐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의 모자에 새겨진 숫자 8.28.52는 순서대로 정근우, 양성우, 김태균의 등번호. 기존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강한 책임감을 발휘하고 있는 이성열이 있기에 젊은 선수들 역시 보다 힘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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