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100% 준비가 됐다고 말할 순 없다. 아직까지는 선발이 덜 갖춰졌다.”

한용덕 감독이 지난 15일 KT와의 경기를 앞두고 남긴 말이다. 그는 선수들의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올시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준비가 100% 갖춰졌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선발진이 현재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두 외국인 투수 샘슨과 휠러가 점차 KBO리그에 적응해나가면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다. 김재영과 배영수도 다소 들쑥날쑥한 점은 있지만 좋은 활약을 펼쳐주는 빈도가 점차 늘고 있다. 실제 4월까지 선발 평균자책점 5.99(9위)에 그쳐있던 한화는 5월 들어 이 수치를 4.14(3위)까지 끌어내리면서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다.

단 한 감독에게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던 자리가 바로 5선발이었다. 윤규진이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여러 고민 끝에 김민우에게 그 역할을 맡겼는데 김민우 역시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진 못했다. 지난 2주 연속 적절한 타이밍에 비가 내리면서 1~4선발만으로 로테이션을 가져갔던 한화지만 결국 현재의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기 위해서는 5선발 역시 뒤를 든든히 받쳐야만 했다.

때문에 김민우의 17일 호투가 한용덕 감독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날 김민우는 6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KT 타선을 틀어막았다.

최고 시속 145km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를 주로 활용해 적극적인 승부를 펼쳤고, 6회 실점 위기에서도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팀의 리드를 지킨 채 역할을 마쳤고, 불펜진이 그 뒤를 든든히 틀어막아 2015년 9월6일 두산전 이후 무려 984일 만에 감격의 승리를 따냈다.

물론 이번 활약만으로 김민우가 한화 5선발에 대한 고민을 완전하게 지웠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부상으로 주춤했던 구속이 어느덧 많이 올라왔고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을 많이 되찾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부분들이 많다.

한용덕 감독 역시 김민우의 피칭을 지켜본 뒤 “5이닝을 채워주면 고마울 것 같다는 경기 전 바람대로 김민우가 선발로 제 역할을 해줬다”면서 “(김)민우가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시즌 전부터 그리던 밑그림이 조금씩 완성되고 있다”는 말로 큰 의미를 부여했다. 불과 이틀 전 “100% 준비가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한 감독의 생각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끈 것이 5선발 김민우의 활약이었다.

김민우는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그동안 좋지 못한 모습을 워낙 많이 보여드렸다”는 말을 무려 3차례나 반복했다. 다소 어색한 미소 속에는 민망함과 미안함의 감정이 함께 묻어나 있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실망만을 안긴 본인을 꾸준하게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이를 악물겠다는 당찬 각오를 전했다.

“의미가 있는 승리지만 이번 한 경기만으로 좋아할 수는 없어요. 마냥 기쁘지는 않아요. 부끄럽네요. 못했던 게 너무 많았어요. 팀에 기여했다는 것은 좋은데 반대로 그동안 망친 경기가 워낙 많았거든요. 계속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오늘처럼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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