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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84억원의 몸값. 그동안 ‘오버 페이’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올시즌 한화 정우람과 김태균이 투타 무게감을 잡아주면서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한화는 9일 현재 20승16패를 기록하며 단독 3위에 올라있다. 아직 시즌 일정이 한참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시즌 보여주고 있는 돌풍은 분명 예사롭지 않다.

한용덕 감독의 언급처럼 다수의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고르게 활약해주며 팀의 전체적인 짜임새가 갖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최근 정우람과 김태균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고 있다.

정우람은 올시즌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우뚝 섰다. 총 17경기에 등판해 15.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1승 13세이브 평균자책점 1.15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지난달 8일 KT전을 시작으로 13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지난 2년 동안에도 정우람은 비교적 본인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 편이다. 총 73경기에서 11승5패 1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3.17(93.2이닝 33자책점)을 기록하며 한화의 뒷문을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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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8번의 블론세이브,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 3할7푼5리(17/45)의 기록에서도 나타나듯 완벽한 수호신의 모습과는 살짝 거리가 있었다.

연투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연투 시 평균자책점 5.95로 결과가 썩 좋지 못했고, 무엇보다 팀 사정에 의해 1이닝을 자주 초과하면서 8회부터 마운드를 지키는 경우도 많았다.

팀 승률이 올라가면서 올해도 연투가 4차례나 있었지만 1이닝을 초과한 경우는 4월25일 KIA전(1.1이닝)이 유일했다. 확실한 관리가 이뤄지면서 정우람이 SK 시절 전성기의 모습을 완벽히 되찾았다. 현재까지의 페이스만 놓고 보면 올해가 커리어 하이로 기록될 여지도 충분하다.

한용덕 감독은 최근 정우람의 활약과 관련해 “8회까지는 긴장을 하는 편인데 9회만큼은 가장 마음 편히 지켜보고 있다”며 미소를 지은 뒤 “시속 140km 남짓한 공이지만 실제로 타석에 서보니 시속 150km의 느낌이 났다. 이 공은 가운데로 던져도 못 치겠다는 말을 했다”며 체감상 정우람의 공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설명했다.

한 감독은 이어 “본인이 가진 공을 디테일하게 던질 줄 아는 투수다. 평상시 차분한 성격인데 그런 모습이 마운드에서도 잘 나타난다. 또한 잔잔하다가도 어느 순간 전투 모드로 바뀌기도 한다. 감독 입장에서는 자신의 역할 뿐 아니라 동료들까지 챙기는 정우람이 여러모로 고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시즌 자주 구사하지 않은 슬라이더 등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남아있다는 점이 한 감독의 마음을 든든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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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람이 팀의 뒷문을 완벽히 지켜내고 있다면 타석에서는 김태균이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물론 정우람이 완벽 그 자체의 활약을 펼친 것과 달리 김태균의 경우 초반 부상이 있었고, 복귀 후 주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빠져 있는 동안 팀이 승승장구했고, 공교롭게도 복귀 후 연패를 당하면서 김태균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야구 팬들도 있었다. 시즌 성적 역시 23경기 타율 3할1푼9리 3홈런 12타점 6득점으로 아직까지는 압도적인 수치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최근 10경기에서 김태균은 타율 4할, 출루율 4할2푼9리, 장타율 6할을 기록하며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기간 타율은 팀 내 1위, 타점도 호잉에 이어 2위에 올랐으며 무엇보다 득점권 및 결정적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넥센과의 지난 2경기에서 이러한 모습이 제대로 나타났다. 8일 경기에서는 9회 1점 차까지 추격한 뒤 무사 1, 3루를 만들고도 송광민, 호잉이 차례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결국 김태균이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조상우의 시속 155km 공이 바깥으로 빠졌지만 절묘한 타격 기술로 받아쳐 기어이 안타를 터뜨렸다.

이에 대해 넥센 장정석 감독조차 “조상우가 못 던졌다기보다는 김태균이기에 칠 수 있었던 공이 아니었나 싶다”며 김태균의 컨택 능력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태균은 9일 경기에서도 팀이 2-0으로 근소하게 앞선 8회 김동준을 상대로 좌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사실상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소위 ‘똑딱이 타자’라는 비아냥을 날려버린 비거리 120m의 대형 홈런이었다.

이번에는 한용덕 감독 역시 “무엇보다 김태균이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쳐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태균은 “선수단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 경기 이기려고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 뒤 “선배로서 후배선수들과 함께 더 단합된 분위기로 매 경기 좋은 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팀을 위해 상징적인 한화의 4번 타자 자리를 내려놨지만 올시즌 ‘리더’ 김태균의 새로운 가치를 빛낼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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